중동·북아프리카에 민주화 바람을 불러일으킨 ‘아랍의 봄’의 시작점 튀니지가 극심한 불황을 극복하지 못해 정국 불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랍의 봄은 2010년 튀니지에서 집권세력의 부패와 빈부 격차, 청년실업을 해소하고자 젊은이들이 들고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말한다. 이집트, 알제리, 예멘, 시리아 등 독재정권에 시달리던 이웃나라로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튀니지 의회는 30일(현지시간) 경제학자 출신 하비브 에시드 총리 불신임안 투표를 가결했다. 하원의원 217명 중 191명이 투표에 참석해 118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3표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에시드 총리가 18개월 만에 자리를 빼앗기면서 내각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무함마드 에나쇠르 튀니지 의회 의장은 “튀니지가 모두의 희생을 요구하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며 “희망을 줄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개혁을 위한 새 연립정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에시드 총리 사퇴 카드를 들이밀었다. 총리가 사임을 거부하자 의회가 나섰다. 하지만 총리의 결정은 경제상황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다튀니스, 엔나흐당 등 거대 정당에 정부가 휘둘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에도 지하드의 공격으로 드러난 치안 공백,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로 혼란을 겪고 있다. 실업률은 혁명 전(12%)보다 높은 15%대까지 치솟았다. 청년 3명 중 1명이 직업을 구하지 못해 사회적 분노가 팽배하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는 꼬리표도 달고 있다. 지난 14일 프랑스 니스에서 84명의 목숨을 앗아간 ‘트럭 테러’ 범인도 튀니지 출신이다.
아랍의 봄과 이듬해 국화(國花)에서 이름을 딴 ‘재스민 혁명’으로 튀니지의 23년 장기독재 체제는 무너졌다. 그러나 좋은 날을 기다렸던 국민들은 회복되지 않는 경제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는 실정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튀니지 너마저… 의회, 총리 불신임 가결 정부 사실상 해체
입력 2016-07-31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