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로 특임검사팀의 23일간 수사를 통해 진경준(49·구속 기소) 검사장이 2005년 이후 10년 동안 매년 허위로 재산등록 신고를 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진 검사장은 김정주(48) NXC 대표에게 넥슨 비상장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원을 받아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모친과 누나, 장모 등의 금융계좌를 동원했다. 엘리트 검사의 ‘눈속임 작업’에 법무부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맥없이 뚫렸고, 그는 검사장 승진 문턱까지 무사통과 할 수 있었다.
진 검사장은 2005년 6월 넥슨으로부터 4억25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주식 1만주를 사들였다. 이후 같은 해 10월 김 대표에게 장모 명의 계좌로 2억원, 11월에는 모친 계좌로 2억2500만원을 송금토록 했다. 이 자금은 다시 친누나 등의 계좌를 거쳐 진 검사장 통장에 이체됐다. 가족 간의 돈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외관을 꾸민 것이다. 그는 이듬해 1월 공직자윤리위에 장모 등에게 돈을 빌려 넥슨 주식을 산 것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
진 검사장은 2007년 재산변동 신고 때도 장모에 대한 차입금 2억원이 남아있고, 모친에게 자택 전세보증금 7000만원을 빌린 것처럼 거짓 신고했다. 누나 계좌에서 입금된 1억3000만원도 집을 임대하고 받은 돈이라고 속였다. 이런 식의 허위재산 신고는 지난해까지 지속됐지만 들통나지 않았다. 지난 3월 ‘주식 대박’ 논란이 불거진 초기 진 검사장은 “매년 관련법에 따라 성실하고 투명하게 재산등록을 해 왔으며, 공직자윤리위 등 국가기관의 심사와 검증을 받아왔다”는 성명을 태연하게 내기도 했다.
공직자윤리위가 뒤늦게 주식 매입자금 경위 조사에 들어가자 진 검사장은 ‘장모가 2억원을 충분히 빌려줄 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취지의 양도소득세 납부 목록 등을 제출했다. 장모에게 차용한 2억원의 상환내역을 소명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가족 소유의 방배동 건물 임대료 수천만원씩을 해마다 장모가 대신 받았다’는 내용의 금융자료도 냈다.
진 검사장은 검사장 승진 관련 검증이 진행되던 지난해 1월 인터넷 보안업체 P사 대표 이름으로 소유했던 차명주식 1억2500만원어치를 팔기도 했다. 이 돈은 작년 말까지 81차례나 장모와 처남 명의 계좌로 거래됐다. 재산 은폐를 목적으로 했다는 게 특임검사팀 결론이다. 현직 검사가 10년간이나 국가기관을 속여 왔는데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부실 인사검증 시스템이 검찰 역사상 최초의 검사장 구속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검사장 승진 당시 검증을 총괄한 우병우 민정수석은 “저한테 주어진 업무 범위 내에서 검증할 거 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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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10년에 걸친 재산 은폐 들여다보니… 한 번도 안 걸러지고 검사장 승진까지 ‘무사’
입력 2016-07-31 18:06 수정 2016-07-31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