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대리점주들을 ‘갑의 횡포’에서 보호하겠다며 법은 만들었는데 이를 전담할 인력이 없다. 남양유업의 대리점 횡포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이 올해 말 시행된다. 그러나 법 집행을 맡은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과 신설이 정부 내 이견으로 무산됐다고 31일 밝혔다.
대리점법은 대리점의 의사에 반해 물품을 강제로 구입하거나 비용 등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행위를 집중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 공정거래법에 비해 강화된 점은 본사와 대리점이 계약을 맺을 때 쌍방 날인한 계약서를 교부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이를 어길 경우 본사에 과태료를 부과한다. 본사의 불공정 행위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3배 손해배상제도’도 포함됐다.
대리점과 본사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점과 편의점 등 가맹점을 뺀 대리점이 전국에 70만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법 시행 이후 관련 신고는 폭주할 전망이다. 공정위도 이를 감안해 서울사무소에 담당 과를 1개 신설해줄 것을 행정자치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내년 인건비 예산을 협의하면서 인력 절감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의 인력 증원 시도 실패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는 경제민주화 실천을 담당할 국(局)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금까지 1개 과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누구 하나 과로로 쓰러져야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공정위 김준하 운영지원과장은 31일 “내년에 다시 대리점법 관련 과 신설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관가 뒷談] 갑질 막겠다면서… 공정위 課 신설 또 무산
입력 2016-08-01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