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그래? 안 그래?” 지난 4월 서울의 한 버스회사 운전기사인 박모(55·여)씨는 회사 임원으로부터 무서운 말을 들었다. 면담하던 중 운영부 우모 실장은 언론에 보도됐던 ‘갑질’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세상은 냉정한 거야. 우리 봤잖아. 하나 죽이려면 해고시키고 돈 줘버리면 돼”라고 했다.
발단은 그달에 박씨에게 내려진 전보 조치였다. 박씨는 지난 3월 동료기사인 김모(65·여)씨와 사내 소문 등을 이유로 버스영업소 안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회사는 박씨를 다른 영업소로 발령냈다. 이 때문에 박씨의 통근시간은 왕복 1시간가량 늘었다. 박씨는 부당 조치라고 주장했다.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등 그동안 회사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부당한 조치를 당했다는 것이다.
박씨와 우 실장의 면담에선 ‘노조 탈퇴’ 압박도 있었다. 박씨는 김씨와 다툰 뒤 ‘다수 노조’를 탈퇴하고 ‘소수 노조’에 가입했다. 우 실장은 “당신이 적대적인 데 가 있는데 (선처를) 해주겠어?”라며 탈퇴하고 다시 ‘다수 노조’에 가입하라고 권했다. 그는 “절대로 회사하고 등지면 안 되는데 그 집단에 가면 회사는 당신을 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라고도 말했다.
박씨는 지난 5월 2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면담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서울 양천경찰서에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던 우 실장은 녹취록이 제출되자 고소를 취하했다.
지노위는 지난달 26일 우 실장의 발언이 특정 노조의 탈퇴와 가입을 종용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전보 조치는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보복성이 명확하지 않아서였다. 박씨의 구제신청을 대리한 김요한 공인노무사는 “전보 조치는 사용자의 재량권에 속하지만 사실상의 징계 조치로 남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박씨 사례는 버스회사에서 벌어지는 오래된 ‘갑질 관행’의 단편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15일 서울의 한 버스회사 전·현직 직원 3명이 회사 대표를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대표가 상습적으로 “병신, 대가리 박아” 등 욕설을 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은평경찰서는 회사 대표에게 모욕·상해·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기소의견으로 지난달 20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31일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버스기사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관행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버스회사들이 비합리적인 관행들을 고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주언 김판 기자 eon@kmib.co.kr
[단독] 버스회사들, 잇단 갑질·막말
입력 2016-08-0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