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흥행작전 성공… 논란 속 개봉 5일 만에 관객 200만 돌파

입력 2016-08-01 00:11
지난 26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독도함 갑판에서 장병과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인천상륙작전’ 시사회가 열렸다. 해군 함정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시사회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뉴시스
한국형 전쟁첩보 블록버스터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이 개봉 닷새 만인 31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경쟁작 ‘부산행’과 ‘제이슨 본’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인천상륙작전’은 주말 관객몰이로 300만을 앞두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과 ‘베테랑’보다 빠른 흥행속도다. 시사회 이후 혹평에 시달렸던 것에 비하면 뜻밖의 돌풍이다.

앞서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시대착오적인 반공영화” “2016년판 똘이장군” “멸공의 촛불” “시대가 뒤로 가니 영화도 역행한다” 등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기자·평론가들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3.41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상황이 달랐다. “애국심과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수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관람객 평점이 8.57점까지 치솟았다.

관객들은 애국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른바 ‘국뽕영화’라는 의견과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과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감동영화’라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흥행에 성공한 것은 ‘국제시장’처럼 보수우익과 진보좌익 성향 관객들의 논란이 결과적으로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는 심리를 유발시킨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1200만 관객을 불러들인 ‘국제시장’도 진보 성향 평론가들의 혹평이 쏟아지자 보수 성향의 관람객들이 반발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극 중 주인공 부부가 말다툼을 하다 국기하강식이 진행되자 가슴에 손을 얹고 예의를 표하는 장면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언급해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은 개봉 첫날인 지난 27일과 28일 20대 관객(37.2%)이 가장 많이 봤고, 40대(26.8%)가 그다음이었다. 30대(20.9%)는 3위였다. 남녀별로는 20대 여성(22.2%)이 가장 많았다. 20대와 40대에서 50, 60대 중장년층으로 관객이 확산되는 것은 ‘명량’ ‘연평해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애국심 마케팅이 주효한 덕분이기도 하다.

개봉 직후 국내외 보도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미국 CNN은 지난 27일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이 영화화됐다”며 이례적으로 집중 보도했다. 반면 북한의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9일 “남조선이 ‘인천상륙작전’이라는 놀음을 벌여 불가능한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느니, 죽음을 불사한 이야기니 희떠운 수작들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뭐니 뭐니 해도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배우들을 빼놓을 수 없다. 첩보부대 대장 장학수 역을 맡은 이정재와 북한군 장교 림계진으로 변신한 이범수의 실감 나는 연기 대결, 맥아더 장군으로 나오는 리암 니슨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영화에 힘을 보탰다. 니슨의 연기에 대해서도 혹평이 많았으나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맥아더 장군과 똑같이 선글라스를 쓰고 파이프를 입에 문 모습에 ‘좋아요’를 보내기도 했다.

같은 날 개봉한 맷 데이먼 주연의 ‘제이슨 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부산행’도 700만 가까운 관객이 탑승해 웬만큼 봤기 때문에 ‘인천상륙작전’이 독주할 수 있었다. 향후 500만을 넘어 1000만 고지를 점령할지 관심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