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016 리우 하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출국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 실세’로 분류되는 최 부위원장이 직접 스포츠 외교의 최전선에 나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 대한 돌파구를 다각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31일 “최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되는 제31차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인 노두철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과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정수 체육성 제1부상, 신홍철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북한 주재 브라질·중국·러시아·쿠바 대사 등이 최 부위원장의 출국길을 전송했다고 덧붙였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최 부위원장 일행은 30일 오전 북한 고려항공을 이용해 평양을 출발,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중국에 며칠간 체류하거나 제3국을 거쳐 브라질로 건너가 다음달 6일 열릴 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부위원장이 베이징에 체류한다는 가정 하에 일각에서는 최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북·중 관계와 맞물려 중국 최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세한 것은 두고봐야겠지만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 직후이기도 하고 관례상 경유의 측면이 큰 만큼 (최 부위원장의 중국 체류에) 추가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최 부위원장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 이후 2014년 9월부터 후임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북한의 체육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그는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준비위원장을 맡아 스포츠 관련 국제외교를 경험한 전력이 있고, 조선축구협회 위원장과 조선청소년태권도협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북한이 자국 내에서 나름대로 스포츠 분야의 전문성과 국제감각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 최 부위원장을 내세운 것은 스포츠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 내 이미지 개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 부위원장은 김정은 체제 들어 특사 자격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을 돌면서 김 위원장의 ‘얼굴’ 역할을 담당해 왔기에 스포츠 외교 사절의 ‘격’을 높인 이번 결정은 김 위원장의 의지가 직접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2018년 평창에서 열릴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용선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세계와 민족이 바라는 일인데 조건만 갖춰진다면 (평창올림픽에) 참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리우로 간 최룡해, 스포츠 외교로 제재국면 출구찾나
입력 2016-08-01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