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스포츠 중 하나다. 적이나 동물의 공격을 막기 위한 자기방어수단이 그 기원이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발전·변화를 거듭해왔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게 없지만 선수들의 힘과 기술이 직접적으로 맞붙는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가 바로 레슬링이다.
레슬링은 고대국가들의 유적이나 신화 등을 통해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던 수메르인들의 벽화에는 레슬링하는 모습들이 담겼다. 기원전 2000년경 나일강 근처의 베니 핫산 사원에서는 고대 레슬링을 묘사한 벽화들이 발견됐다. 약 300여가지의 레슬링 기술들이 그려져 있었고, 이중 상당수가 근대 레슬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레슬링은 고대 영어의 ‘비틀다(wrestlian)’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민족들에게 널리 알려져 왔다. 특별한 장비 없이 장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최고의 신체 단련 수단이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레슬링이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는 매트 없이 모래나 진흙이 깔린 땅바닥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지금의 그레코로만형에 가까웠던 스탠딩 레슬링 ‘오르티아 팔레’와 자유형에 가까운 그라운드 레슬링 ‘칼로 팔레’가 있었다. 체급이나 시간제한은 없었다. 한 선수가 항복하면 끝나는 방식이었다. 서로 주먹으로 때리거나 경기장을 벗어나는 것을 금지하는 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레슬링은 기원전 776년 고대 올림픽에서 주요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3판 2승제로 치러지는 ‘토플링 경기’, 그리고 레슬링과 복싱이 혼합된 ‘판크라티온’ 등이 있었다.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를 땐 5쌍∼8쌍이 한 팀을 이뤘다. 대진 상대는 항아리에 제비를 넣고 추첨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근대에 들어 레슬링은 각 지역별로 특성화됐다. 1830년 프랑스에서는 최초의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가 열렸다. 프랑스판 레슬링은 허리 아래의 공격이 불가한 그레코로만형의 시초였다. 레슬링에서 소극적인 공격을 펼친 선수에게는 벌칙으로 ‘패시브(Passif)’가 주어진다. 이때 두 선수가 취하는 자세를 뜻하는 ‘파테르(par terre)’는 프랑스어에서 나온 용어다.
레슬링은 1896년 제 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무제한급 1종목으로 치러졌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보급됐던 자유형 레슬링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미국 선수들이 7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다.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는 여자 자유형도 추가됐다.
레슬링이 우리나라에 알려진 건 1935년 일본 유학생에 의해서다. 레슬링은 한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겨준 종목이기도 하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양정모는 레슬링 자유형 62㎏급에 출전해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오이도프(몽골)를 꺾고 우승했다. 이후 레슬링은 한국의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발돋움했다. 올림픽에서 총 35개(금11 은11 동13)의 메달을 가져왔다. 양정모 이후 꾸준히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한국 레슬링의 간판스타 김현우(28)는 2008 베이징 대회에서 끊긴 금맥을 8년 만에 2012 런던 대회에서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김현우는 그레코로만형 66㎏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5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한 체급을 올려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김현우를 비롯해 류한수(66㎏) 이정백(59㎏)이 그레코로만형에 출전한다. 자유형에선 김관욱(86㎏)과 윤준식(57㎏)이 나선다.
레슬링은 2013년 한차례 올림픽 퇴출 위기를 겪은 뒤 관중들의 보는 재미를 더하고자 규칙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2분 3라운드, 3판 2선승제로 치러졌지만 리우올림픽에서는 3분 2라운드, 점수 합산제로 승패를 가린다. 선수들은 점수 합산제 도입으로 경기 초반부터 한층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일 것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리우올림픽, 아는 만큼 보인다 <7> 레슬링] 신화 속 스포츠… ‘양정모 후예’들이 간다
입력 2016-08-0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