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군·정보기관 직접 통제”

입력 2016-07-31 18:21
사진=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모든 사관학교를 폐쇄하고 군 최고사령관과 정보기관 책임자를 직접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31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쿠데타를 시도한 군부를 숙청하는 동시에 의원내각제인 터키에서 ‘얼굴마담’인 대통령이 군까지 장악하도록 권한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영 하브레TV에 출연해 “헌법개정안을 곧 의회에 제출하겠다”며 “개헌안이 승인되면 국가정보기구(MIT)와 군 참모총장은 대통령 통제 아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사관학교는 모두 폐쇄하는 대신 국립 국방대학이 설립될 것”이라며 “나토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터키군은 ‘신선한 피’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안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의회 정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전체 550석 가운데 317석을 차지, 개헌선(367석)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개헌안을 통과시키려면 공화인민당(CHP) 등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계획을 밝힌 것도 개헌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터키군은 장성급 고위 장교의 40%를 포함해 약 1700명을 불명예 전역 조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직후 재미 이슬람 사상가인 펫훌라흐 귈렌을 배후로 지목하며 군, 법조계, 행정부, 언론계, 학계에서까지 귈렌의 추종세력을 몰아내는 광범위한 숙청을 벌였다. 공무원이 6만6000명 넘게 해임된 것은 물론 언론사 142곳이 폐쇄됐고 일부 언론인은 구속됐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