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위기가 심각하다. 대학 구조조정의 파고가 높고 인문학과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사학비리와 총장 직선제 폐기 등 학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또 시간강사들의 비정규 노동이나 비싼 등록금 문제도 여전하다. 대학교육의 질이나 국제경쟁력에 대한 비판도 극심하다. 그럼에도 대학 안은 침묵으로, 대학 밖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대학의 위기는 사회적 주제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창간된 ‘대학: 담론과 쟁점’은 대학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일한 잡지다. 이 잡지의 편집인을 맡은 윤지관(62·사진)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는 2년 전 한국대학학회를 창립해 대학 문제에 대한 통합적 연구를 시작하는 한편 대학의 위기를 공론화하는 노력을 해왔다. 잡지 창간은 대학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더 넓혀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 교수는 창간사에서 “잡지를 창간한 가장 큰 목적은 대학이라는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올려놓는 계기를 만들자는 데 있다”면서 “(학술지가 아닌) 비판적 기능을 지닌 저널로 창간하게 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저널은 대학 문제를 주제로 지식인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비판, 그리고 발랄한 제안들에 활짝 열려 있는 공론의 장이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간호 특집 ‘지구시대, 대학을 다시 생각한다’는 네 개의 원고로 구성했다. 손호철 교수(서강대)는 신자유주의에 점령당한 대학을 넘어서는 길은 ‘논쟁공동체’로서의 대학의 본령을 회복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권력의 혁신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박주원 교수(영남대)도 지구시대의 대학이 효용성 실용성에 매몰된 폐허가 되었다는 관점에 동의하면서 교수들의 실천적 개입을 요청한다. 서강목 교수(한신대)는 대학 내 ‘사유’의 힘에서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장수명 교수(한국교원대)는 지역과 대학의 연계에 주목하면서 대학이 퇴출 위기에 처해 있어도 지역사회가 나서지 않는 이유를 대학이 지역에 뿌리박지 못하고 소외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국 대학, 변화의 주체는 누구인가’를 다룬 ‘쟁점’에서는 대학정치의 주체로 교수, 강사, 연구자의 연합을 제안한 김정한 교수(고려대)의 주장이 눈길을 끈다.
잡지 편집진에는 인문·사회·자연·공학·교육 분야의 대학교수 20여명이 참여했다. 잡지는 매년 3회 발행될 예정이며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 형태로만 발간된다. 한국대학학회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대학:담론과 쟁점’ 창간 “대학 문제 사회적 의제로 자유로운 공론의 장 마련”
입력 2016-08-01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