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치는 ‘핑크빛’… 미래는 ‘회색빛’

입력 2016-07-30 00:10

서비스업 호조로 전체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소비와 투자도 한 달 전에 비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수치상으로는 핑크빛이지만 실상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다. 하반기엔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실업과 김영란법이 현실화되면서 민간소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6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상승세였다. 금융·보험(1.3%), 예술·스포츠·여가(6.8%) 등 서비스생산의 증가가 전산업 생산을 끌어올렸다. 소매판매 역시 의복 등 준내구재(-1.5%) 판매는 줄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3.0%)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8%) 판매가 늘어 전월비 1.0%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 역시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재정 조기집행 등 정책효과에 힘입어 내수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치만 보면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지만 메르스와 자동차 개소세 덕을 봤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기저효과가 6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비스업 생산 중 하나인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지난해 6월보다 무려 12%나 증가했다. 지난해엔 정부가 메르스 진료병원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 하지만 올해는 건강보험 보장 범위 확대 등으로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소매판매도 메르스 기저효과와 자동차 개소세 영향을 받았다. 특히 소매판매가 전월비 1.0% 증가한 데는 전월보다 10.1% 소매판매가 급증한 자동차 덕이 컸다. 자동차를 빼면 소매판매는 -0.4%였다. 메르스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해 타격을 입었던 대형마트, 백화점도 각각 1.6%, 1.5%씩 올랐다.

재고 감소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신흥국 경기침체 등으로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여 재고가 감소했다는 통계청의 설명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0.9% 포인트 내린 72.1%였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좋지 않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100.3)는 0.1% 포인트 하락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기업의 구조조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해 경기 회복세가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이 소비절벽을 야기할 수도 있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소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농축수산업과 유통업 등 관련 산업의 손실이 연간 11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자료를 내놨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백화점이나 고급음식점, 골프장 매출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수효과’도 우려된다.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저물가 장기화 현상이 하반기에 개선될지도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하반기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해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공급과잉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되면서 전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