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무크, 교육변혁 이미 시작됐다] 구조개혁·인구절벽 ‘2중고’ 대학, 케이-무크로 뚫는다

입력 2016-07-31 17:35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은 무크(MOOC·온라인공개강좌) 서비스인 에덱스(eDX)와 1학년 과정 일부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에덱스가 제공하고 애리조나주립대가 지정한 강좌 10개 가운데 8개에서 C학점 이상을 받으면 2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다.

학생들은 에덱스에 이수증 발급비로 과목당 49달러를 지불한다. 대학에는 학점등록비로 과목당 600달러를 낸다. 이렇게 해서 8개 과목을 들으면 학비로 모두 5192달러를 쓰게 된다. 반면 일반과정을 다닐 경우 9684달러(외국인 유학생은 2만7584달러)를 내야 한다. 무크 강좌로 학생은 학비, 대학은 강사 인건비 등을 아낄 수 있다. 에덱스는 애리조나주립대에 강좌를 공급한다는 명예와 이수증 발급수익을 챙긴다.

우리도 무크라는 교육 시스템의 파급효과에 눈뜨기 시작했다. 특히 인구절벽과 급격한 대학구조개혁을 코앞에 둔 대학들은 지난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내놓은 케이-무크를 주목한다.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우선 학점교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대학은 문화인류학에, B대학은 경제학에 강점이 있다면 강점 분야 강좌를 케이-무크에 올리고 일정 자격이 되면 이수증을 발급해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특히 ‘공유대학’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깊은 관심을 보인다. 공유대학은 ‘벽’을 허물어 학점 등을 교류하는 느슨한 형태의 ‘대학 연합’이다. 서울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생존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초 서울지역 일부 대학은 오프라인 강좌의 학점 교류에 합의했다. 이를 케이-무크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총장포럼 회장인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무크는 외면할 수 없는 흐름이어서 평생교육진흥원과 케이-무크 협업을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의 중소 규모 대학들은 강의에 케이-무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공 수업은 케이-무크를 미리 듣고 강의실에서 교수와 토론식으로 배우는 ‘플립 러닝’(역진행 수업)으로 바꾸고, 교양 강좌는 케이-무크로 대체하는 식이다.

여기에다 케이-무크는 교수사회에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케이-무크는 대학생은 물론 중·고교생, 일반인 등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강의를 잘하는 교수는 ‘스타’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대입이나 공무원시험 학원가에 인터넷강의 열풍이 시작됐을 때 스타 강사들이 대거 배출된 상황과 흡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케이-무크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빈약한 강좌 수다. 현재 20여개 강좌에 불과하다. 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양질의 강의가 훨씬 많아야 대학들이 학점교류 등을 할 수 있다. 또 해외의 무크처럼 강좌 수가 1000개 수준이 돼야 학문별 범주화가 가능해져 대학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그래야 국제 경쟁력을 갖춰 유학생 유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강좌 수를 오는 9월 120여개, 내년 30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