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로 특임검사팀이 23일간 추적한 진경준(49·구속 기소) 검사장의 범죄사실에는 검사의 직위를 이용한 ‘갑질’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진 검사장 등 전·현직 검찰 구성원들의 잇따른 비리로 ‘신뢰의 위기’를 맞은 검찰은 “개혁이 완성될 때까지,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라는 각오로 29일 ‘검찰개혁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진 검사장은 2010년 5월 한진그룹 내사 사건을 무혐의·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 직후 대한항공 임원을 만나 처남 강모(64)씨에게 일감을 부여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진 검사장, 해당 임원과 함께 만난 이후에야 물류운반·인력파견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그해 8월부터 특임검사팀이 출범한 이달까지 대한항공으로부터 140억원대 용역을 수주했다.
진 검사장은 같은 해 6월 김정주(48) NXC 회장에게 “하와이 여행을 다녀오느라 돈을 많이 썼다”며 10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진 검사장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에서 여러 차례 조사받은 경험이 있는 김 회장에게서 “앞으로 넥슨과 관계된 사건을 검찰이 조사하게 되면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식의 청탁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진 검사장은 2005년 이미 김 회장으로부터 4억2500만원어치 넥슨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고, 2008년부터는 넥슨의 제네시스 승용차를 얻어 탔었다.
넥슨 주식 매입대금의 출처를 숨기려던 진 검사장은 오랜 기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마저 기만했다. 그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재산을 실제와 다르게 신고했다. 넥슨 ‘주식대박’ 의혹이 불거진 뒤 공직자윤리위의 소명 요구를 받은 지난 4∼5월에도 3차례나 거짓 증명자료를 제출했다.
현직 검사장의 구속 기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검찰은 대대적인 자체 개혁에 나섰다.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을 단장으로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고검장급을 단장으로 4가지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진 검사장을 제외하고도 검사장 출신 홍만표(57·구속 기소) 변호사의 법조비리, 평검사의 자살과 관련해 해임이 청구된 김모(48) 부장검사 폭언 사건 등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검찰은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본질적 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추진단은 그간 민감하게 제기돼온 검찰권 남용 논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필요성을 포함해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임관 3∼4년차의 평검사, 수사관들도 TF에 참여한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한 제도의 개선을 넘어 조직문화와 의식의 대변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경원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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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추악한 ‘갑질’… 특임검사팀, 23일간의 추적
입력 2016-07-29 17:54 수정 2016-07-29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