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심은경이 부산행에 나왔다고?”
영화 ‘부산행’을 본 관객이라면 분명 갸우뚱했을 것이다. ‘가출소녀 역=심은경.’ 엔딩 크레딧을 보기 전까지는 인지조차 못했을지 모른다. 나중에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 “심은경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놀라 “대체 어디?”라고 되물었을 수도 있겠다.
20대 대표 여배우로 꼽히는 심은경이 ‘부산행’에 특별출연했다. 첫 번째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로 등장했다. 부산행 KTX가 출발할 때 열차 안으로 뛰어들어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바이러스를 퍼뜨린 인물이다. 극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몰아가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얼굴도 거의 나오지 않는 몇 장면에서 심은경은 열연을 펼쳤다. 공포에 질려 “죄송합니다”라고 혼자 되뇌거나 벌벌 떨며 허벅지에 스타킹을 동여매는 모습은 관객을 잔뜩 움츠리게 했다. 좀비로 변해버린 뒤 승무원에게 달려드는 장면에서도 흔들림 없이 연기했다. 그야말로 재능기부를 한 셈이다.
심은경의 출연은 연상호 감독과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부산행’의 프리퀄(원작 이전의 사건을 다룬 속편) 작품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심은경은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는 소녀 혜선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부산행’에서 좀비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그는 안무가에게 1∼2주 정도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주연급 배우가 카메오로 등장한 영화들이 최근 심심찮게 눈에 띈다. 지난 27일 개봉한 ‘인천상륙작전’과 개봉에 앞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국가대표2’ ‘덕혜옹주’에서 모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톱배우가 작품 안에서 단역 수준의 작은 역할을 맡는 건 다소 이색적인 일이다. 대부분 제작사나 감독과의 친분으로 성사된다. 분량이 많지 않은 역이라도 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 카메오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임팩트를 부여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보다 완성도 있는 화면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톡톡히 효과를 본다.
‘인천상륙작전’에는 특급 카메오 군단이 출동했다. 배우 김선아·박성웅·김영애, 격투기선수 추성훈이 힘을 실었다. 이들은 모두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와의 친분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김선아는 남측 첩보부대 대원, 박성웅과 추성훈은 북한군, 김영애는 극 중 이정재(장학수 역)의 어머니 역을 각각 소화했다. 특히 김선아의 마지막 신은 편집 여부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배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대로 남겨뒀다.
한국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가대표2’에는 대세 배우 조진웅이 나온다. 경기 중계방송의 해설가 역을 감칠맛 나게 살렸다. 김종현 감독은 “조진웅이 신인일 때 작품을 함께해 친분이 있던 터라 도움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응해줬다. 긴 분량의 대본을 촬영 하루 전 전달했는데도 모두 숙지해오는 등 열의를 보여줬다”며 고마워했다.
‘덕혜옹주’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인물이 기다리고 있다. 미남의 대명사 고수가 조선의 마지막 황족인 이우 왕자로 등장한다. 훤칠한 외모와 진중한 분위기를 지닌 이우 왕자 역에 누가 어울릴까 고심하던 제작진이 조심스레 출연 제의를 했는데, 작품성과 진정성을 높이 산 고수가 흔쾌히 수락했다. ‘덕혜옹주’ 시사회 이후 만난 허진호 감독에게 고수 캐스팅에 대해 물으니 유쾌한 농담으로 긴 답을 대신했다. 그는 “둘이 정말 닮지 않았나. 고수에게도 그렇게 설득했다. 왕자 역이라고 하니 좋아하더라”며 웃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아니, 저 배우는?… 스타급 카메오 부쩍
입력 2016-07-31 19:00 수정 2016-07-31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