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오수환과 도예가 윤광조는 1946년생으로 올해 고희를 맞았다. 두 작가는 각자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뤘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온 오수환은 기운생동하는 붓질로 한국 현대추상회화를 개척했고, 홍익대 공예학부를 졸업한 윤광조는 독창적인 흙과 불 작업으로 분청사기의 현대화에 기여했다. 장르는 다르지만 예술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두 작가가 만났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놀다 보니 벌써 일흔이네: 유희삼매(遊戱三昧) 도반 윤광조·오수환’ 전을 8월 21일까지 연다. 오수환은 ‘변화’라는 제목의 작품 40여점을 내놓았고, 윤광조는 ‘산동(山動)’이라는 주제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작업 40년째를 맞이한 두 작가의 작품 모두 살아 꿈틀거리듯 생명력 넘치는 게 공통점이다.
작가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 오수환은 “화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보는 사람에게 상상력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우주의 무한한 공간에서 노닐게 하는 것”이라며 “내 그림의 궁극적인 고향은 논리적이 아닌 직관적인 표현, 알 수 없고 의미없는 기호를 보여주는 데 있다. 이는 자신의 운명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세계”라고 설명했다.
윤광조는 예술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의 현재 문화 환경에서 전업 작가가 작업을 계속하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마치 알몸으로 가시덤불을 기어 나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하지만 모순덩어리의 상황에서도 미쳐야 한다. 그런 운명에 처한 사람이 예술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스러움”이라고 강조했다.
전시 타이틀 ‘유희삼매’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한 곳에 집중해서 즐기듯이 작업한 두 작가의 예술혼을 조명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가나문화재단의 김형국 이사장은 “한국 토양에서 연찬에 연찬을 거듭해온 두 작가는 우리 특유의 소재를 붙잡아 세계적 척도와도 씨름하게 된 경지를 열었다”고 말했다(02-736-1020).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고희를 맞은 화가·도예가의 만남
입력 2016-07-31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