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14개월여만에 내놓은 ‘메르스 반성문’

입력 2016-07-30 00:00
“질병 통제 과정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끌고 나가는 리더십을 보여줬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일할 사람은 없는데 보고하라는 곳은 많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 약 14개월 만에 정부의 ‘반성문’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난해 5월 20일부터 ‘유행 종료’를 선언한 같은 해 12월 23일까지 217일간의 정부 대응과정과 평가, 교훈, 제언을 담은 백서를 29일 펴냈다.

‘메르스 백서’는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참여했던 민·관 전문가 46명에 대한 인터뷰와 현장 대응인력 245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방역 컨트롤타워 부재 등이 ‘186명 감염, 38명 사망’이라는 대형 참사를 낳았음이 다시 확인됐다.

현장 인력의 59.8%는 ‘메르스 발생 전 정부의 신종 감염병 대응 준비가 충분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전에 신종 감염병 교육이나 대응 활동에 참여한 적 있다는 비율도 30.2%에 그쳤다.

컨트롤타워 부재도 여실히 드러났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보고 체계’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 이유에 대해 ‘보고 대상이 불분명’(33%)하거나 ‘보고 대상이 많다’(21.3%)고 했다. 동일한 내용의 ‘중복 보고가 많았다’(14.9%)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소통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지자체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64.5%는 “정부의 위기소통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백서가 메르스 사태에 대한 통렬한 반성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