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정당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28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후보 수락연설로 막을 내렸다. 클린턴 전 장관은 외동딸 첼시(36)의 소개로 무대에 등장해 “내 엄마의 딸로서, 내 딸의 엄마로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행복하다”며 “유리천장이 사라지면 남녀차별의 벽은 모두 없어진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밝은 베이지색 차림으로 나타나 붉은색 옷을 입은 첼시를 무대에서 두 차례 꼭 끌어안은 뒤 연설을 시작했다.
클린턴의 메시지는 ‘연대의 강화’였다. ‘함께하면 강하다(Stronger Together)’라는 그의 선거 구호에 잘 녹아 있다. 클린턴은 우선 경선 패배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샌더스가 주창한 경제적, 사회적 정의가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었으며 경선에서 중요한 쟁점이 됐다”며 “샌더스와 함께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과 부채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이 강해져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역설했다. 대기업이 세금과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면 이를 추적해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월가와 대기업, 슈퍼리치가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은 대외정책도 동맹국들과의 연대 강화로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맹국이 러시아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함께 맞서겠다고 했다. 극단적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날을 예리하게 세웠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우리를 갈라놓고, 국제사회로부터 미국을 고립시키려 한다. 그는 우리가 미래를 두려워하고, 우리 스스로를 두려워하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이 말했듯,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라며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함께하면 강하다’는 구호를 트럼프에 대한 비판에도 활용했다. 그는 ‘나만이 고칠 수 있다’고 한 트럼프의 말을 비틀어 “건국의 아버지들도 한 사람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헌법을 만들었다”며 “어느 누구도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내가 장군들보다 IS를 더 잘 안다’고 했지만, 당신은 (IS를) 모른다”고 조롱했다.
클린턴은 이밖에 자신이 집권하면 총기규제, 이민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찬조연설에 나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의회(하원)의 우위도 민주당이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선을 치르는 날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다시 뽑는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민주당이 대선과 하원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 대통령과 하원의장은 모두 여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히스패닉 여성 보안관과 이라크전쟁에서 전사한 무슬림 병사의 유족, 흑인인권단체 관계자들도 찬조연설에 나서 연대와 단합을 강조했다.필라델피아=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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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면 강하다…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
입력 2016-07-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