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보디페인팅 아티스트 엠마 핵(44)은 어릴 적부터 화가를 꿈꿨다. 부모의 반대로 화가의 꿈을 접는 대신 보디페인팅에 매달렸다. 18세 때부터 실력을 쌓아 2001년 세계 보디페인팅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보디페인팅 아티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유럽, 미주,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돌며 라이브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05년부터 모델의 인체와 주변 환경이 하나처럼 보이게 하는 ‘위장술(camouflage·카무플라주) 아트’를 작업하고 있다. 다른 장르와도 협업하는 그는 2011년 벨기에 가수 고티에와 함께 제작한 뮤직비디오 ‘섬보디 댓 아이 유스트 투 노(Somebody That I Used to Know)’가 그래미상을 수상하면서 명성을 높였다. 이 영상은 유튜브 78억뷰를 기록했다.
그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열린다. ‘보디 플라워(Body Flower)-우리 몸이 꽃이라면’이라는 제목으로 2005년부터 최근작까지 49점을 선보인다. 지난 22일 전시 개막에 맞춰 내한한 작가는 단원 김홍도의 ‘하화청연도’ 이미지를 배경으로 무용수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캔버스나 모직 천에 배경을 그린 뒤 그 앞에 모델을 세우고 카메라를 배치한다. 모델의 몸에 배경 그림과 동일한 스타일로 그림을 그린다. 중간에 수시로 카메라를 통해 배경과 인체가 하나가 되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작업하는 시간은 적게는 8시간, 많게는 20시간까지 걸린다. 보디페인팅 작업이 끝나면 캔버스에 인체가 스며들어 ‘위장술 아트’가 된다.
작업에서 핵심 포인트는 모델이다. 작가는 “작품 속 모델은 제 자신을 대변한다”며 “모델을 선택할 때는 진실함과 인내심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모델이 길게는 20시간 서 있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상대를 잘 파악하고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을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간 알고 지내는 세 명의 모델과 일한다.
작품에는 부엉이, 앵무새, 캥거루, 도마뱀, 까마귀 등 각종 동물이 등장한다. 자연과 인물의 의도적인 결합을 통해 외부와 내부세계, 물리적 세계와 관념의 세계를 담아내는 것이다. 작품 가운데 ‘유토피아’나 ‘만다라’는 환상적인 가상 세계를 제시하면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됨을 표현하고 있다. 동물 중에서 새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자유’를 상징하는 장치다.
그는 “작업하다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런 부분도 꽤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환상을 만들어낸다”며 “작품과 함께 있으면 사랑스럽고 기발한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30일까지. 관람료 7000∼1만원(02-736-4371).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꽃인 줄 알았네… 캔버스가 된 사람의 몸
입력 2016-07-31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