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는 오페라계에서 희소성이 높다. 같은 주인공이라도 층이 두터운 소프라노에 비해 그 수가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너가 부를 수 있는 최고음인 하이C(중간 ‘도’음에서 세 옥타브 위의 ‘도’)를 자유자재로 낼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테너 강요셉(38)은 최근 명징하고 압도적인 하이C를 앞세워 유럽 오페라극장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강요셉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은 로시니의 오페라 ‘빌헬름 텔(윌리엄 텔)’. 그는 지난 2014년 9월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페라극장이 100년만에 무대에 올린 이 작품에서 빌헬름 텔과 함께 오스트리아 폭정에 항거하는 스위스 장군 아르놀트 역을 맡았다.
테너가 맡는 아르놀트는 바리톤이 맡는 빌헬름 텔보다 비중이 높은데다 어려운 것으로 소문났다. 54회의 하이B와 19회의 하이C, 그리고 2회의 하이C샵을 불러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하이C의 제왕’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조차도 실제 공연에 출연한 경우는 거의 없었을 정도다. 그라츠 오페라극장이 100년만에 이 작품을 공연한 것도 하이C 릴레이가 가능한 테너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공연에서 아르놀트 역을 멋지게 소화한 후 그는 독일 바이에른 극장 등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올라간 ‘빌헬름 텔’의 아르놀트 역을 독식할 정도로 주가가 폭등했다. 지난 6월엔 2014-2015시즌 오스트리아 전 지역에서 올라간 오페라, 오페레타, 뮤지컬을 대상으로 한 ‘오스트리아 음악극장상’ 남우주연상을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8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페라 콘체르탄테(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공연하는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출연차 한국에 왔다. 지난해 5월 베를린 도이치오페라극장이 제작한 버전으로 그는 당시에도 주역인 파우스트를 맡았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4년 4월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이후 2년만의 국내 무대다.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고음을 자주 내기 때문에 목에 빨리 무리가 가는 것 아니냐고 주변에서 걱정한다. 하지만 내 경우 지금 현재 목 상태로는 저음보다 고음이 더 편하다. 고음을 내다보면 오히려 목이 풀린다”면서 “물론 앞으로 목소리가 무거워지면 조심스럽게 레퍼토리를 확장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C에 자신있는 그는 첫 음반으로 파바로티가 전성기이던 1974년 발표했던 음반 ‘하이C의 제왕’을 재현하고 싶은 꿈이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것은 밝힐 수 없지만 현재 국제적인 클래식 음반사와 이야기가 진행중이다. 그는 “어렸을 때는 하이C를 내지 못했다. 변성기가 늦게 온데다 내 자신을 끊임없이 연마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삼육대 음악교육과와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를 졸업한 그는 2001∼2002년 쾰른 오페라극장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거쳐 2002∼2013년 베를린 도이치오페라극장에서 전속가수로 활약했다.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예술감독에게 자신의 기량을 피력했고, 마침내 그에게 주어진 기회들을 100% 살리며 입지를 굳힌 것으로 유명하다. 주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그는 또다시 도전하기 위해 2014년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그는 “극장에 오래 있다 보니 나태해지는 것 같았다. 편안한 극장을 나와서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독일 출판사에서 나온 ‘월드 베스트 테너’ 44명 가운데 한국 테너로는 이용훈과 함께 유이하게 이름을 올렸다. 또한 2016-2017시즌엔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가면무도회’에 처음 출연하는가 하면 2017-2018시즌에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데뷔 등을 앞두고 있다. 그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테너 최고 음역 ‘하이C 제왕’ 파바로티 넘는다
입력 2016-07-31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