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경준 비리’ 검찰이 김영란법을 집행하는 矛盾

입력 2016-07-29 18:24
김영란법 합헌 결정으로 ‘3·5·10만원 시대’가 열렸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비 10만원을 초과하면 부정부패인 세상이 됐다. 적용되는 국민이 400만명이다. 미덕이라 여기고 관행이라 치부했던 습관을 버릴 수밖에 없다. 의례적인 ‘대접’을 부정한 ‘접대’로 경계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라고 국민에게 강제하는 법을 우리 사회는 받아들였다. 국민은 따를 것이다. 입법기관이 만들고 심판기관이 옳다 했으니 안 따를 도리가 없으며, 부패 척결이란 명분은 반박이 불가할 만큼 정당하다. 이제 사법기관이 법을 집행하는 일만 남았다.

합헌 결정 다음날 진경준 검사장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참 지독하게 해먹었고 악랄하게 거짓말을 했다. 대한항공을 협박해 처남에게 일감을 몰아준 것까지 죄다 입증됐다. 차명을 이용한 수뢰 기법은 현란하며 이를 감추려 꾸며낸 거짓 서류는 치밀했다. 수뢰액 9억원에 불법 수익 130억원. 고위 간부가 이렇게 해먹은 검찰이 400만명을 상대로 1회 100만원 이상, 연간 3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무조건 처벌하게 됐다. 그러다 퇴직하면 홍만표 변호사처럼 연간 100억원대 부패의 판을 벌일 수 있는 전관 변호사가 될 것이다.

김영란법을 통해 청렴사회로 가는 최대 걸림돌은 이것이다. 3·5·10만원이 넘는 관행은 부패로 벌하자는 판에 100억원대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는 시스템이 없다. 400만명이 밥값을 감시받게 된 마당에 진경준 같은 검찰 비리를 감시할 기구가 없다. 더욱이 이 법을 만든 국회의원은 부정 청탁 예외 대상으로 빠져 있다. 부패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악취 나는 윗물은 손도 못 댄 채 아랫물 정화하자고 덤벼드는 꼴이 됐다. 뭐 묻은 개가 겨 묻는 개 나무라도록 놔둬선 김영란법이 성공할 수 없다. 고위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을 차단해 전관비리를 근절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검찰을 감시하며, 국회의원도 적용받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