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김파라치’

입력 2016-07-29 18:26

국내에서 암약 중인 ‘파파라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파파라치는 원래 유명인사들의 사생활을 몰래 찍어 돈을 받고 파는 사진사들을 지칭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인의 범법행위 장면을 촬영해 포상금을 타내는 전문 신고꾼으로 통한다. 국내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2001년 교통법규위반 신고제도 도입에 따른 ‘카(car)파라치’다. 이들은 위반 차량을 찍어 정부 포상금을 두둑이 챙겼다.

이를 시작으로 각종 파파라치들이 생겼다. 신고 대상에 따라 쓰파라치(쓰레기 불법투기) 식파라치(불량식품 판매) 세(稅)파라치(현금영수증 미발급) 학파라치(학원 불법영업) 오파라치(오락실 불법영업)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봉파라치(일회용 봉지 제공) 담파라치(담배꽁초 무단투기) 비파라치(비상구 물건 적재) 약파라치(약사가 아닌 종업원의 약품 판매) 폰파라치(단통법 위반 유통점) 등의 이름이 붙었다. 지난달에는 금융감독원이 신고자에게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불법금융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해 금파라치도 나타날 전망이다.

이런 파파라치 업계가 요즘 들썩이고 있다. 일명 김영란법이 신고보상·포상제도가 적용돼 9월 28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식사대접 등에 있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오르내릴 수 있는 ‘잠재적 전과자’들이 400만명에 달해 업계의 블루오션이라고 한다. 정부가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액수도 크다. 최대 30억원의 보상금과 최대 5억원(자진신고자)·2억원(일반신고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보상금은 공공기관 수입이 회복되는 경우, 포상금은 단순히 공익을 증진시킨 경우에도 적용된다. 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 출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김파라치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미 김영란법 단속에 관한 특별강의를 한 곳도 있고 이론·시청각교육 외에 별도 프로그램을 마련 중인 곳도 있다. 이들 학원은 김파라치의 경우 월수입 1000만원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단다. 단속에 도움은 되겠지만 신고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겠다. 김영란법 취지는 좋지만 기본적으로 서로를 의심하는 ‘불신사회’와 ‘감시사회’가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박정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