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년 만에 나온 메르스 백서, 실천이 관건이다

입력 2016-07-29 18:23
지난해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백서가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29일 메르스 종식선언(2015년 7월 6일) 후 1년여 만에 내놓은 총 476쪽 분량의 ‘2015 메르스 백서: 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는 제삼자적 시각에서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찾으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리더십 부재와 부실한 국가방역체계, 소통 부재 때문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는 정부의 반성은 때늦었지만 정확한 진단이다.

그렇다고 정부 책임이 경감되거나 소멸되진 않는다. 정부는 메르스 발병 초기 사람끼리 전염이 잘 안 되는 질환으로 오판해 화를 키웠고, 현장인력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불요불급한 숱한 자료를 요구해 일손 부족을 부추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정보제공과 감시체계 등은 중동을 제외하고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메르스가 대유행한 원인이 됐다. 이처럼 골든타임을 놓쳤으면서도 정부는 부처 간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낯 뜨거운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이뿐 아니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원인을 언론과 SNS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대규모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35번 환자를 공개한 서울시 조치도 문제 삼았다. 당시 서울시의 조치는 과잉 대응한 측면이 있지만 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정부의 과도하고 불필요한 통제가 불신을 자초했다. 언론이 보도준칙을 지키지 않았고, SNS 괴담이 소통의 장애물이 됐다는 백서 내용은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백서를 발간한 목적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반짝했던 병문안문화 개선 움직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점으로 회귀했다. 대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실천이다. 지금 같은 정부의 안일한 자세로 제2의 메르스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