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열정을 쏟아 부었던 팀을 쓰러뜨려야 하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리기 어렵다. ‘황새’ 황선홍(48) FC 서울 감독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포항 스틸러스에서 선수로 뛰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감독으로 활약했다. 5년 동안 포항을 이끌면서 K리그 클래식 우승(2013 시즌)과 FA컵 2연패(2012·2013 시즌)를 달성했다. 그가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곳이 바로 포항이다. 그러나 이제 서울 사령탑으로서 친정팀을 울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서울과 포항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1984년 6월 16일 럭키금성(현 서울)과 포항제철(현 포항)의 첫 경기 이후 32년 만에 150번째 맞대결이다. 서울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포항을 상대하는 황 감독은 감회에 젖을 여유가 없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사령탑에 오른 그는 성남 FC(1대 3 패)와 상주 상무(1대 2 패)에게 원투 펀치를 맞았다.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와는 나란히 0대 0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17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20라운드에서야 첫 승리(2대 1)를 맛봤다. 하지만 이후 전북 현대(2대 3 패)와 제주 유나이티드(2대 3 패)에 잇따라 패했다. 황 감독이 리그 7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승2무4패. 현재 서울은 10승4무8패(승점 34)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는 선두 전북 현대(13승9무·승점 48)와의 승점 차는 14점으로 벌어졌다. 황 감독은 “갑자기 승점 차가 많이 벌어졌다”며 “당장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 전북을 무리하게 따라잡기보다는 팀 내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의 세밀한 패스 플레이인 ‘스틸타카(스틸러스+티키타카)’를 완성시킨 장본인이다. 포항은 스틸타카로 지난 5년 동안 K리그 우승을 포함해 4위권 내의 성적을 유지했다. 포항은 시즌이 끝나면 애써 키운 에이스들은 다른 팀을 넘겨줘야 했다. 게다가 몇 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를 쓰지도 못했다. 이런 포항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황 감독의 지략 덕분이었다. 이번 시즌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 감독은 기존의 스틸타카에 스피드를 가미하는 것으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성적은 8승6무8패(승점 22)로 7위다. 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황 감독이 이번 경기에서 어떤 전술을 구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감독은 포항에 대해 “수비가 안정적이고, 선제골을 넣었을 때 무서운 기량을 발휘하는 팀”이라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완급 조절을 통해 우리의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감독은 휴식기 동안 선진 축구를 공부했다. 그는 ‘세밀하고 빠른 축구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갈수록 수비가 단단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밀하고 빠른 축구’를 서울에 이식하려 한다. 서울을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은 혼란기에 빠져 있다. 하지만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공격력이 살아나며 최근 3경기에서 6득점을 올린 것이다. 데얀, 박주영, 윤일록, 오스마르 등이 터뜨린 골들은 과정이 좋았다. 또 득점이 특정 선수에 편중되지 않은 것도 고무적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황새 “옛정은 잊었다” 친정 상대 먹이사냥
입력 2016-07-29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