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공주] 국립공원 쓰레기 정책 변천사

입력 2016-07-29 18:29

1990년 필자가 지리산국립공원에 근무할 당시 뱀사골계곡에는 취사장을 갖춘 야영장이 있었지만 뙤약볕에 노출되는 야영장보다 물놀이하기 좋은 계곡 그늘진 장소에 텐트를 치고는 했다. 계곡에서는 조리나 야영을 할 수 없었지만 ‘공공질서보다 내가 편하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컸다. 음식물 찌꺼기는 계곡물에 흘려보냈고, 쓰레기는 아무렇게나 버렸다.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길가에 놓아두면 그나마 환경윤리의 실천이고 고마운 일이었다. 덕유산국립공원에는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야영장이 있었다. 1982년 아·태지역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만들었다. 산 한쪽을 깎아 골프장 크기의 야영장을 만든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문제는 행사 후였다. 행사가 끝나면 텐트만 걷어 떠났기 때문에 야영장은 온통 쓰레기 밭이 되었다. 공원 관리자나 이용자 간에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합의나 이해력이 부족했던 시기였다.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순환하는 정책이 도입되고, 환경을 바라보는 국민의식도 바뀌었다. 1995년부터 오염자부담원칙을 적용한 쓰레기종량제로 각자 버린 만큼 책임지게 했다. 최근에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 ‘음식물쓰레기 종량기(RFID)’가 설치돼 음식물 찌꺼기를 계량하여 비용을 차등 부과한다.

국립공원 쓰레기 정책도 진화를 거듭했다. 2007년 등산로 곳곳에 설치됐던 쓰레기통을 철거했다. 초기에는 익숙했던 관행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배낭에 쓰레기 봉지를 매달고 산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다.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그린포인트 제도는 단순히 ‘되가져온 쓰레기 포인트를 누적하여 상품을 교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자연환경 보호에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긍심을 갖는 국립공원 문화운동이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고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천적 협력이 중요하다. 환경윤리는 실천철학이다. 탐방객의 환경심리와 이용행태를 모니터링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1970∼80년대 국립공원 초창기에는 쓰레기를 전적으로 공원 직원들이 치웠다. 90년대에는 학생들이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목적이 자원봉사가 아닌 봉사점수였기 때문에 지속되지 못했다. 2000년대는 ‘쓰레기 안 버리기’나 ‘자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등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이미 버린 쓰레기를 줍는 사후관리적 성격이 강했다. 이에 따라 쓰레기 발생량은 90년대 평균 1만7000t에서 2000년대에는 평균 5000t으로, 최근 3년 동안에는 매년 1200t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 국립공원은 ‘배낭 무게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집을 나서기 전 상품 포장지나 과일 껍질을 벗겨 비닐 팩이나 가벼운 용기에 담아오고 음식물은 간편한 행동식으로 준비하자는 것이다. 쓰레기가 될 만한 것은 처음부터 가지고 오지 말자는 예방적 환경보호 캠페인이다. 단지 쓰레기만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환경보호 인식과 실천 의지를 살려 국립공원 관리에 동참하고, 자연을 배려하는 야외활동을 권하는 환경윤리 운동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은 환경을 지키는 일이고 자연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맑고 쾌적한 자연환경, 방문했던 사람이 다시 가고 싶은 국립공원은 국민의 높은 환경의식과 이용질서에 의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나공주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환경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