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한자로 쉴 휴(休), 틈 가(暇) 즉 ‘쉬는 시간’, ‘일을 멈추고 여가를 누리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압축성장시대를 지나오면서 일 중심사회가 되었기에 휴가의 의미는 일에 대한 보완적이고 부수적인 것으로 한정되었다.
휴가는 군복무, 병 치료, 출산 등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7월말에서 8월초 사이에 3박 4일 정도 피서지나 해수욕장을 다녀오는 여름휴가를 뜻하게 되었다. 특정기간에 집중적으로 휴가를 다녀오는 것은 산업화된 사회에서 생산 활동이나 업무의 효율성 때문이다. 여름휴가의 명분은 휴식과 피서, 에너지 절약, 지역경기 활성화 등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상반기 노동에 대한 보상이기도하고 하반기 업무 강도와 성과를 높이려는 기제가 되었다.
휴가가 여름휴가(vacance)의 의미를 벗어나 여가(leisure)의 한 형태로 시간과 공간적 다양성이 확장된 것은 세계화가 본격화되는 1990년대 후반부터라 할 수 있다. 제도적 장치라면 주 5일 근무제 실시, 일과 삶의 조화(work & life balance)에 바탕을 둔 정책과 경영 프로그램 등을 들 수 있다. 문화적으로는 ‘1박 2일’ ‘걸어서 세계 속으로’ ‘꽃보다 할배’ 등으로 이어진 TV 프로그램 그리고 압축성장의 피로감을 벗어나고자 우리 것과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산티아고 가는 길’ ‘노는 만큼 성공 한다’ 등의 사회적 관심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휴가가 여름휴가에서 본래의 의미로 넓혀져 가고, 여름휴가도 개인에 따라 내용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여름휴가의 사회적 인식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성과가 필요한 경쟁사회에서 휴가의 유무와 과소는 개인적 생활의 우열을 가리는 잣대로 작용되기도 한다. 여가가 상업화된 오늘날 휴가는 과시적 소비를 통하여 허위적인 우월감이나 일시적 만족을 안겨준다. 반대로 일을 위해 자발적으로 휴가를 포기하거나 줄이는 것은 일중심사회의 미덕이고 명분을 쌓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허위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그 사회의 여가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박대통령 여름휴가 역시 아쉬움이 많다. 첫해 1박 2일 거제도 휴가와 연이은 2년의 관저휴가 그리고 당일로 울산 십리대숲을 방문한 박대통령의 올해 여름휴가를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전쟁중에도 휴가지에서 개인적 쉼과 여가활동 그리고 국가 간의 협력을 이끌어낸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여름휴가를 청와대 참모진과 우리사회가 한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휴가가 겉으로는 단순한 쉼과 놀이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기회이다. 휴가는 쉼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refreshment) 시간이고,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기에 사회적 눈치를 보거나 생산성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오늘을 차분하게 성찰하는(reflexivity)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왜 일곱째 날에 우리와 더불어 안식하셨고, 왜 이를 영원한 규례로 명하셨을까. 여름휴가가 회복된다면 그만큼 미래 전망이 본질적이고 창조적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옥성삼 <크로스미디어랩 원장>
[옥성삼의 일과 안식] 제대로 즐긴 여름휴가는 ‘창조’다
입력 2016-07-29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