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이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오면 반드시 묻는 질문이 있다. 먼저 얼마동안 교제하였느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상대방의 약점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대답이 천차만별이다. 물론 상대방의 걸음걸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학력이나 경제력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좋은 점만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어떻게 결점이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사람도 있고, 단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니까 같이 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평생 동안 눈에 붙은 콩깍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해달라는 부탁까지 한다. 그럴 때 마다 결혼한 후에 나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줄 미처 몰랐다고 하지 말고, 좀 더 사귀고 난 후에 왔으면 좋겠다고 권면한다.
결혼을 위한 만남은 결코 상대방의 장점만 보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약점도 함께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다. 결혼은 서로의 단점과 부족함을 채워줌으로 온전한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루게 되는 과정이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돕는 배필이 필요한 것이다.
목사는 완벽하지 않거니와 완벽할 수도 없다. 그래서 종종 당회원에게 부탁을 할 때가 있다. 마치 남편이나 아내가 배필의 약점을 보았을 때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바로 저것이구나 하고 느끼는 것처럼 목사의 결점이 보이면 그것이 바로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이 일은 가정이나 교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나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고, 덮어주고, 채워주고, 베푸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은 죄의 문제이다. 어느 누구도 자기 스스로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존재이다. “죄는 내가 지었으나 벌은 주님이 받으셨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요, 십자가의 사랑이며, 기독교의 구원관이다. 물론 누리는 삶이 중요하다. 그러나 누리는 만큼 베푸는 삶이 되어야 한다. 1970년대 빌리그레함 목사의 설교가 생각난다. “하나님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한 양식을 주셨다. 이것을 분배할 수 있는 책임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기셨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은 일곱 배나 되는 복을 받아 비만해 지고,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배가 고파 굶어 죽는다는 것을 아는가?”
세상 속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세상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수의 오심도 세상을 사랑하셨기 때문이다(요 3:16).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폄훼를 당하는 오늘의 현실을 보며 이 시대를 원망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70∼80년대의 한국교회가 누렸던 위상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2000년의 기독교는 고난과 핍박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선교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이다.
“형제들아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여도 이상히 여기지 말라.”(요일 3:13) 그래서 사도 요한도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신 것처럼 우리도 형제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당연하고, 세상의 재물로 형제의 궁핍을 도울 마음을 닫지 말라고 권면하며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6∼18)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믿음이 강한 우리들이 마땅히 세상의 허물과 약점을 감당할지언정(롬 15:1∼2) 저들이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들에게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라 소금이 되라고 하신 말씀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의 문제와 허물을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들은 발광체가 아니다. 태양을 바라보고 그 빛을 반사하는 달빛처럼 우리도 그리스도의 빛을 드러내어야 하는 반사체에 불과하다. 그러나 민족의 문제와 함께 이 나라의 현실을 바라보고 기도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이 어둡다며 돌아앉아 불평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딧불을 켜면 반딧불만큼 밝아지고, 촛불을 켜게 되면 촛불만큼 밝아진다. 형광등을 켜면 형광등만큼 밝아지는 세상이다.
“세상이 어둡다고 탓하기보다는 우리에게 빛이 없음을 회개하자!”는 외침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인들이 감당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남대문교회 담임목사>
[손윤탁 칼럼] 콩깍지 씌운 예비부부들의 주례 청을 받고
입력 2016-07-29 20:40 수정 2016-07-29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