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교원에 청탁했다면… 학부모는 과태료, 청탁에 응한 교사는 형사처벌 받는다

입력 2016-07-29 04:20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는 9월 28일을 기해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큰 폭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시행 후 달라질 풍경에 대해 실제적 적용 대상과 범위, 처벌 등을 자세히 짚어봤다.

일반인·외국인도 저촉 가능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2일 펴낸 김영란법 해설집에 명시된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는 근로 계약 형태나 업무에 제한받지 않는다. 공무원뿐 아니라 공직 유관단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계약 형식, 업무 내용과 무관하게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속지·속인주의가 함께 적용됨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에서 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처벌 가능하다. 가령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가 교장 등에 상한액 이상의 금품으로 부정 청탁을 하는 경우 양쪽 다 과태료 처벌 대상이 된다. 현재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기관은 헌법기관, 중앙부처, 공직 유관단체, 각급 학교, 언론사, 공공의료기관 등 3만9965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용대상도 400만명에 달한다. 로펌 등 법조계를 중심으로 김영란법 저촉을 모니터링하고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이른바 ‘반부패 종합 서비스’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부정청탁 자체가 범죄

금품을 건네지 않더라도 실제 청탁행위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 가족을 위한 부정 청탁, 공무원 임용 등 청탁 금지법상 부정 청탁,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부정청탁 등이 모두 제재 대상이며 민간인도 예외가 아니다.

공직자나 언론인 등에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이해당사자는 1000만원,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경우 일반인은 2000만원, 공직자 등은 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등은 형사처벌 대상(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된다. 또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을 받아 실제로 부정행위를 시도했다면 청탁의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관련해 교사를 찾아가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잘 써 달라는 등의 청탁을 할 경우 학부모는 ‘제3자를 위한 청탁’ 행위에 해당,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만약 교사가 이에 응하였을 경우 교사 역시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 수행으로 인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국립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기순번 조정 등을 청탁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이는 김영란법상 부정청탁의 판단 기준인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서 벗어난 행위’에 해당한다. 제3자를 통해 청탁한 사람과 제3자를 위해 청탁한 사람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며 청탁을 받아들인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김영란법에서 과태료 부과대상이 아닌 부정청탁은 이해당사자가 직접 자신을 위해 청탁하는 이른바 ‘셀프 청탁’뿐이다. 이는 이해당사자가 정당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셀프 청탁’의 행위자가 공직자라면 의무적 징계 대상에 해당돼 얘기는 달라진다.

배우자 수수 인지 시 신고해야

금품수수와 관련해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또한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가액 범위를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정했다.

접대 및 금품 수수의 대상과 횟수와 관련해서는 짧은 기간 혹은 1·2차로 금품·식사 등을 분할해 전달하는 이른바 ‘쪼개기’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 자체가 연속적으로 일어난 일이고 목적상 관련성이 있기 때문으로 권익위는 해석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의 배우자 역시 상한액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지 못한다. 만약 공직자 등 본인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제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인지할 경우 신고 의무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학급 담임교사의 경우도 주의가 필요하다. 김영란법은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제공하는 5만원 이하의 선물을 받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공정한 업무 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한을 받는다. 학부모로부터 5만원 이하의 촌지나 선물이라도 받아서는 안 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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