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3·5·10 사회’ 실험 시작됐다

입력 2016-07-28 18:02 수정 2016-07-28 22:06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오는 9월 28일 본격 시행된다. 헌법재판소는 일부의 위헌성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의 타파를 다짐”하는 헌법 전문(前文) 취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들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확정했다. 국민의 여론 형성, 공동체 문화·가치관의 전승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공직자에 버금가는 공정성·청렴성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헌재는 28일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에 대한 법 적용 등을 둘러싸고 벌어진 김영란법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핵심 쟁점 4가지를 모두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512일(약 1년4개월) 만이다.

헌재는 우선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에 대한 법 적용을 놓고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교육과 언론의 부패는 그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라며 “이 분야는 공직자에 준하는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많은 민간 영역 가운데 언론인·사립학교 관계자가 법 적용대상이 된 데 대해서는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며, 자의적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헌재는 ‘배우자 제재·신고의무 조항’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공직자 등이 배우자를 통해 금품을 수수하는 ‘우회적 통로’를 차단하고, 자진신고 시 면책될 수 있도록 해 되레 이들을 보호하는 조항이라는 논리다. 헌재는 “공직자와 사립학교 교원·언론인의 배우자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김영란법의 입법 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가성과 상관없이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 등의 상한가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사회 변화를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행정입법에 금액 산정을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부정청탁’ ‘사회상규’ 등의 의미가 불명확해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이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 공포된 그대로 시행되게 됐다. 위헌심판의 청구인인 대한변호사협회는 선고 직후 “헌재가 권력자에게 언론통제수단을 허용했다”며 반발했다. 한국기자협회는 “권력이 김영란법을 빌미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을 경계한다”면서도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묵묵히 제 길을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민철 이경원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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