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부패 막는다더니… 정작 국회의원은 쏙 빠져

입력 2016-07-29 04:22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따라 김영란법은 9월 28일부터 그대로 시행하게 됐다. 다만 사회 부패를 완전히 방지하는 것은 김영란법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획기적으로 제정된 법률이지만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가 빠진 점, 여러 ‘꼼수’에 대응해야 할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은 어떻게

공직부패를 막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가장 큰 한계다. 당초 김영란(60)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원안에는 적용 대상에 국회의원이 들어 있었다. 이후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제외하면서 빠졌다. 대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 등이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국회의원들은 애초 국회 정무위원회 안에서 1년이던 유예기간을 1년6개월로 늘리는 등 자신들의 임기 이후로 시행을 미루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28일 이뤄진 헌재의 결정은 언론·교육계의 공공성을 전제로 했다. 다만 이 공공성을 사회 각 분야로 확대하면 형평성 시비를 벗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당장 의사, 변호사, 은행과 대기업 관계자들 역시 공직자와 같은 의무를 부담할 만큼의 공공성을 지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꼼수’는 발전할 것

김영란법과 비슷한 취지로 도입됐다가 폐지된 ‘접대비 실명제’를 주목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2004년 초 도입된 접대비 실명제는 기업이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쓸 경우 목적, 참석자 이름, 상호와 사업자 등록번호 등을 기재토록 했다. 도입 초기에 법인카드 사용액이 줄었지만 갈수록 부작용만 노출했고, 2009년 결국 폐지됐다.

접대비 실명제가 시행 5년 만에 폐지된 것은 감시망을 빠져나가는 꼼수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비용이 50만원을 넘으면 소액으로 쪼개 결제했고, 카드 이외 현금을 사용했다. 차명 기재까지 등장하면서 실효성은 떨어졌고, 되레 지하경제가 자라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영란법의 ‘3·5·10’ 규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꼼수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사기관 권력 비대화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소를 독점하는 검찰의 권한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본다. 부정청탁 유형이 세부적으로 규정된다지만 적발과 처벌 과정에서는 해석의 여지가 커진다는 우려다. 금품수수 예외 조항인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를 위한 경조사비나 선물’도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겠느냐는 불안감도 있다.

수사기관 스스로 우려하는 ‘김영란법 시행 부작용’도 있다. 법 적용 대상이 4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관련 고소·고발, 진정 등이 급증하면 수사력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정된 인력 때문에 사건의 경중을 선별해서 처리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이럴 경우 형평성과 수사 당국의 신뢰를 놓고 논란을 낳게 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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