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환자 전세금 ‘예금 금리+1%P’ 목표로 굴려준다

입력 2016-07-29 04:00



전세에서 월세·반전세로 전환한 세입자는 보증금 상당부분을 돌려받아 목돈을 쥐게 되지만 당장 다달이 나갈 월세가 부담스럽다. 이런 세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돌려받은 전세 보증금을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가 정부 주도로 도입된다. 이르면 다음 해 1분기부터 자금 모집을 시작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월세입자 투자풀(pool)’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서민 주거 형태가 월세로 급격하게 바뀌는 상황이니 세입자의 월세 부담을 일부 줄여주자는 취지다. 올해 상반기 전체 주택의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46%로 5년 전보다 13.5% 포인트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집주인이 월세를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풀 가입 대상은 무주택 월세 임차인이다. 은행·증권사 등을 통해 개인당 2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모집 금액은 예탁금 관리 등을 맡는 한국증권금융이 관리한다. 실제 자금 운영은 민간 자산운용사가 맡는다.

금융 당국은 3년 만기 예금금리에 1% 포인트를 더한 연평균 수익률을 목표로 잡고 있다. 현재 금리를 고려하면 연간 수익률은 2.5% 정도다. 투자 상품이라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사업성이 높은 우량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 선별 투자하는 식으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특히 뉴스테이 사업자에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 식의 투자 비율을 95%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이런 대출은 기존에는 주로 은행이 했는데 사업자의 주택 건설 기간 중에도 이자 수익을 낼 수 있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수익은 분기별로 투자자에게 배당된다. 예를 들어 서울 거주자 A씨가 6억원짜리 전세를 4억원 반전세로 돌렸다고 가정해보자. 전월세 전환율을 6%로 계산하면 A씨는 월세 약 100만원을 순수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A씨가 보증금 2억원으로 투자풀에 가입하고 수익률이 2.5% 난다면 월세 중 41만6000원 정도는 투자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다. 반면 2억원을 금리 1.5% 예금에 넣었다면 매달 25만원 정도만 수익이 난다.

집값이 9억원이 넘는 곳에 사는 이들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할 수 없다. 투자풀은 우선 2조원까지 조성한다. 8년 이상 장기 가입하면 우선 가입하게 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소 4년 정도 의무 가입기간을 설정하기로 했다. 도중에 자금을 빼면 2년 내 환매는 운용수익의 50%를, 4년 내 환매는 운용수익의 30%를 차감한다. 다만 주택 구입, 사망, 장기요양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페널티 없이 중도환매할 수 있다. 임대주택펀드처럼 세제 혜택도 있다. 5000만원까지 5.5%로 분리 과세하고 5000만∼2억원은 15.4%로 일반 과세한다.

금융위는 주택산업연구원에 실태조사를 의뢰한 결과 가입자 38만5000명, 9조5000억원 정도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적어도 은행에 넣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장기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손실 가능성이 있고, 의무 가입기간이 길어 서민들에게 큰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풀에 들어가는 자금이 주택자금이기 때문에 집주인과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1∼2년 사이에 바로 환매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우량 뉴스테이 사업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