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언론 “테러범 얼굴사진 보도 안한다”

입력 2016-07-28 18:08
프랑스 북부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자크 아멜 신부를 참수한 테러범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르몽드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언론이 앞으로 테러범 사진을 보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을 내보낼 경우 범죄를 미화하고 선전하는 꼴이 돼 다른 테러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6일 프랑스에서 10대 테러범 2명이 미사가 진행 중인 성당에 들어가 80대 신부를 참수한 사건을 계기로 취해진 조치다.

르몽드는 28일자 사설에서 “사진을 보도할 경우 테러범의 죽음을 명예롭게 하는 꼴이 된다”면서 “앞으로는 테러범 사진을 게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르몽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선전물도 소개하지 않기로 했다.

방송사인 프랑스24와 국제라디오채널 RFI도 같은 취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매체는 성명에서 “현실과 전혀 다른 테러범의 주장을 우리의 안테나를 통해 내보내선 안 된다는 양심의 울림이 있다”면서 테러범 사진과 주장을 보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보도전문채널인 BFM TV도 “테러를 안내하는 언론사가 되고 싶지 않다”면서 “공익적 목적 이외의 테러범 사진은 보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테러범 이름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매체도 생겼다. 유로1 라디오는 “테러범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프랑스의 가톨릭신문 가톨릭데일리 라크르와는 “테러범이 누군지 알려지지 않도록 전체 이름 대신 일부만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80대 신부를 살해한 테러범 아델 케르미슈(19)와 압델말리크 프티장(19)이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비디오가 공개됐다. IS 선전매체 아마크뉴스를 통해 공개된 비디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아랍어로 IS의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들 앞에는 IS의 깃발이 인쇄된 종이도 놓여 있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테러범 2명 모두 테러 요주의 인물로 확인됐다”면서 “감시대상인 데도 손놓고 있었던 프랑스 당국의 무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