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페라 대표 성악가 3인방’ 이아경·임세경·정호윤 “동시에 한 무대 서는 건 처음”

입력 2016-07-29 00:10 수정 2016-08-05 17:28
갈라 콘서트 ‘테너를 사랑하는 여인’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인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정호윤, 소프라노 임세경(왼쪽부터)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해외보다 한국 무대가 더 어렵다. 관객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46), 소프라노 임세경(41), 테너 정호윤(39). 한국 오페라를 대표하는 성악가 3인방이 올여름 한 무대에서 만나 갈라 콘서트를 연다. 8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테너를 사랑하는 여인’에서 한국인에게 큰 사랑을 받는 오페라 아리아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를 찾은 이들은 “평소 친한 선후배 사이로 두 명씩은 오페라나 콘서트에서 호흡을 맞춰 봤지만 3명이 동시에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면서 “이번 공연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오페라에서 주로 사랑하거나 연적 관계인 테너, 소프라노 그리고 메조소프라노의 아리아들로 프로그램을 짜서 흥미롭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 교수인 이아경은 국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꾸준히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에 오르고 있다. 묵직한 저음과 다채로운 고음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는 지난해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 데 이어 올해 가곡 음반을 발표하는 등 국내에서 메조소프라노의 간판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오는 8월 25, 27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의 ‘천인교향곡’에 출연한다.

이아경은 “좋은 아리아들이 많지만 여타 갈라 콘서트와 달리 테마를 잡아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제외된 것도 있어서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앙코르곡으로 푸치니 ‘투란도트’의 대표 아리아인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셋이 함께 부르는 독특한 구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콘서트의 전체 구성과 연출은 그의 남편이자 국내 대표적 오페라 연출가 가운데 한 명인 이의주가 맡았다.

임세경과 정호윤은 최근 유럽의 주요 오페라하우스를 종횡무진 오가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드라마틱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색의 소유자 임세경은 지난해 세계적인 오페라 페스티벌인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아이다’의 타이틀롤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한국인이 주역을 맡은 건 102년 페스티벌의 역사에서 임세경이 처음이었다. 올해는 스위스의 또 다른 오페라 페스티벌인 ‘아방쉬 페스티벌’에서 ‘나비부인’으로 출연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 전속가수를 거친 정호윤은 지난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극장과 올해 영국 로열오페라에서 잇따라 데뷔 무대를 가지는 등 최근 세계 오페라계가 주목하는 테너로 급부상했다. 리릭 테너의 전형으로 ‘라보엠’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의 주역으로 러브콜이 많다.

임세경은 “활동 근거지가 주로 유럽이다 보니 한국 무대는 늘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이를 먹을수록 한국이 더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 무대보다 한국 무대가 훨씬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기대를 많이 하고 오시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정호윤 역시 “유럽에서 연주를 다닐 때는 공연 외에 신경 쓸 게 없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가족과 친구 등 공연 외에 신경 쓸 게 생기는 것 같다. 게다가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 관객들 앞에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면서도 “사실 이런 스트레스는 배부른 투정인지도 모르겠다. 한국 관객들은 워낙 열정적이라서 늘 공연할 때마다 힘을 얻고 간다”고 설명했다. 임세경과 정호윤은 이번 콘서트 이후 9월에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갈라 콘서트에도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콘서트에서는 비제 ‘카르멘’ 중 ‘하바네라’,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푸치니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라보엠’ 중 ‘그대의 찬 손’, 베르디 ‘아이다’ 중 ‘이기고 돌아오라’ 등 주옥같은 아리아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지휘봉은 서희태가 들고 그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있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