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3·4위전.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다. 결과는 한국의 0대 3 완패. 한국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동메달) 이후 36년 만의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김연경(28·페네르바체)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에 올랐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4년 후 다시 올림픽 무대에 오른 김연경은 “두 번 울지 않겠다”며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때 한국 여자 배구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세계랭킹 15위였던 한국은 미국(1위), 브라질(2위), 중국(3위), 세르비아(7위), 터키(8위)와 함께 B조에 배정됐지만 파란을 일으키며 예선을 통과했다. 그러자 예선 통과 팀들에 ‘김연경 경계령’이 내려졌다. 한국은 8강전에서 이탈리아(4위)마저 꺾었다. 하지만 빡빡한 대회 일정 때문에 체력이 바닥났다. 미국과의 4강전에서 패한 한국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1984 LA올림픽에서도 5위를 차지하며 배구 강국의 위상을 뽐냈다. 하지만 신체조건이 좋은 유럽과 중남미 국가에 유리한 리베로(수비 전문 선수)와 랠리포인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본선에 나서지도 못했다.
한국 여자 배구의 부활을 이끈 주역이 바로 김연경이다. 국내 배구 전문가들은 “경험이 많고 기량이 출중한 김연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망한다.
김연경은 “꼭 메달권에 진입할 거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하나가 돼 착실히 훈련한 만큼 좋은 결실을 거두고 돌아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일본을 제압하며 런던올림픽 때의 패배를 설욕했다. 특히 한국은 8월 6일 열리는 리우올림픽 본선 A조 1차전에서 일본과 만나기 때문에 지난번 승리는 한국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 줬다.
이정철 감독은 “김연경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이지만 배구는 한 명이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며 “다른 선수들도 뒷받침해 줘야 한다. 다행히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가 많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 감독이 지목한 선수들은 양효진(27·현대건설)과 김희진(25), 박정아(23·IBK기업은행) 등이다. 이들이 공격을 분산해 주면 김연경의 어깨가 가벼워진다.
한국이 ‘김연경 원맨팀’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각국팀은 “김연경만 막으면 한국은 꺾을 수 있는 팀”이라고 평가한다. 원맨팀은 양날의 검이다. 에이스에 의존한다는 건 약점이다. 그가 상대에게 막히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가 제 역할을 잘해 주면 거칠 게 없다. 유로 2016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원맨팀이던 포르투갈의 파란이 좋은 예이다. 호날두는 해결사와 구심점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며 조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김연경이 호날두처럼 기적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편 네덜란드 전지훈련에서 네덜란드 대표팀과 1승1패를 기록한 한국 대표팀은 2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 입성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올림픽은 나의 운명- 김연경] 배구 여제 “두 번 울지 않겠다”
입력 2016-07-28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