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채수일] 개만도 못한 이들에게

입력 2016-07-28 18:20

얼마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라는 고위 공직자가 “민중은 개, 돼지와 같다.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한국민의 99%가 민중이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출발선상이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아지나”라며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교육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정부조직에서 일하는 고위 공직자가 한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된 것이지요. 책임을 물어 파면시키고,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인사검증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그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런 생각이 그 한 사람만의 잘못된 인식이 아니라 혹시 한국인 1%, 특히 고위 공직자들의 집단의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더 걱정스럽습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법조비리로 구속된 검사장 출신 변호사, 공짜 주식으로 거액을 치부하고 뇌물혐의로 구속된 검사장, 공직비리 사정의 정상에 앉아 있는데 정작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해 차익을 챙긴 공무원들…. 아주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정일 뿐이겠지만, 이런 행태는 그들이 섬겨야 할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개나 돼지로 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보면 공무원은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검사도 임명받을 때,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선서를 합니다.

말단 공무원부터 검사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는 ‘국민을 섬기고 국가를 수호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고,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이나 자기 식구들에게는 아주 관대하며, 정의를 세우기는커녕 법 지식을 악용해 오히려 부정부패한 공직자들 때문에 참으로 용기 있고 따뜻하고 공평하며 믿음직한 공직자들이 같이 매도당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가 강한 나라인지 아니면 망할 나라인지를 판단하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 의식수준도 중요하지만 지도자 집단, 특히 고위 공직자들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이스라엘과 유다의 멸망을 목격한 예언자들은 한결같이 지도자들의 부정부패에서 그 원인을 찾았습니다. 이사야는 말합니다. “백성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것들은 눈이 멀어서 살피지도 못한다. 지도자가 되어 망을 보라고 하였더니, 벙어리 개가 되어서 야수가 와도 짖지도 못한다. 기껏 한다는 것이 꿈이나 꾸고 늘어지게 누워서 잠자기나 좋아한다. 지도자라는 것들은 굶주린 개처럼 그렇게 먹고도 만족할 줄을 모른다. 백성을 지키는 지도자가 되어서도 분별력이 없다. 모두들 저 좋을 대로만 하고 저마다 제 배만 채운다.”(이사야 56:10∼11)

그들의 눈에 개같이 보이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먹고살면서도 국민을 개처럼 보는 공직자는 도대체 어떤 개일까요? 아니 그런 공직자를 개만도 못한 사람으로 비교하는 것은 개를 모독하는 행위임이 분명합니다.

채수일 경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