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미국은 용기와 낙관, 독창성으로 가득한 나라다. 냉소주의와 두려움을 떨치고 우리 내면의 최고를 불러내자. 힐러리는 평생 그 비전을 갖고 살아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마지막 연사로 나와 자신의 후계자를 자임하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오바마는 8년 전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은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하고 이메일 스캔들 수사 등 고비 때마다 측면지원하며 후견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바마는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일한) 4년간 그의 지성과 판단, 절제에 감탄했다”며 “어떤 위기에서도 침착한 그는 최고의 대통령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클린턴을 비판하는 주장도 잘 알고 있다”며 “그도 나와 우리처럼 실수를 하지만 끝내 빛나는 성취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반면 오바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대해서는 “칠십 평생을 사는 동안 한 번도 노동자를 배려한 적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여러분의 목소리’를 자처하고 여러분을 대변한다는 데 믿을 수 없다”며 깎아내렸다.
클린턴은 오바마가 연설을 마치자 예고 없이 무대 뒤에서 걸어 나와 대의원들을 놀라게 했다. 위아래 푸른색 정장바지 차림의 클린턴은 환한 미소로 오바마에게 다가간 뒤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대의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두 사람의 이름을 연호했다.
오바마는 전당대회를 마친 뒤 클린턴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본격적으로 클린턴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클린턴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8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한다.
무대에 오른 나머지 연사도 하나같이 클린턴에 대한 찬사와 트럼프에 대한 비판으로 지지연설을 이어갔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케인 상원의원은 히스패닉 유권자를 의식해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케인은 “트럼프에게 실망한 공화당원에게 문호를 열겠다”고 제안했다.
조 바이든(왼쪽 사진) 부통령은 “나라를 분열시키고, 위험한 세상으로 끌고 가려는 트럼프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인물”이라며 “그를 당선시켜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올 초 무소속 대선 출마를 검토했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무대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무당파 유권자에게 특별히 호소한다”면서 “오는 11월 8일 선거에서 트럼프를 선택한다면 위험하고 부주의하며 급진적인 결정”이라며 “클린턴에게 투표하는 것이 지상과제”라고 강조했다.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가 러시아에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해킹을 부탁했는데 이는 대선후보로서 무책임하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의 미래를 놓고 장난할 시간이 없다”고 비판했다.
총기규제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암살범이 쏜 총알이 머리에 박히는 중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회복한 가브리엘 기퍼즈(오른쪽) 전 하원의원은 남편인 우주비행사 출신 마크 켈리와 함께 무대에 올라 기립박수를 받았다. 기퍼즈는 “강인한 클린턴이 대통령이 돼야 총기규제를 관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교회 총기난사 사고 생존자와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고 유족들도 입을 모아 총기규제를 호소했다.
필라델피아=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오바마, 8년 前 라이벌 힐러리에게 바통을 넘기다
입력 2016-07-2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