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 및 글로벌 금융서비스 회사인 모건스탠리가 11월 대선 및 상·하원 동시선거와 관련한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내부 전문가 16명이 분석·전망한 보고서다. 우선 선거 결과가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탈환’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인종이나 성별 세대 같은 유권자 구성이나 지역적 표심을 근거로 분석한 것이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현재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흥미로운 결과는 650명 기관투자에게 물었더니 시장활성화에 가장 좋은 환경으로 ‘민주당 대통령+공화당 의회’를 꼽았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의 분점(分點)을 선호한 거다. 보수든 진보든 같은 정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는 것은 시장을 불황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걱정도 포함됐겠지만.
기관투자가나 기업은 태생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예측불가나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니 변화보다는 안정을, 분배보다는 성장에 더 비중을 두는 게 본래 속성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월가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쪽과 좀 더 친하다. 기업·기관투자가들은 보수 진영이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할 법한데 그게 아닌 것이다. 보고서는 대통령과 다수당이 다른 분점 정부가 시장에 좋은 이유를 “정책적 변화가 제한적이고 점진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분점 정부는 여소야대를 말한다. 찬반 진영논리에 함몰돼 불확실성과 비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는 이유로 여소야대를 걱정하는 우리네와는 딴판이다. 우리보다 금융·기업 시스템이 발전한 선진국의 시장도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안정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권력 집중, 일방 독주가 효율적이고 성과를 거두는 시대는 이제 역사적으로 종언을 고한 것 같다. 보수적 시장마저도 뭔가 시대흐름의 냄새를 맡았나 보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한마당-김명호] 권력 분점
입력 2016-07-28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