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부희령] 필요 없는 선물

입력 2016-07-28 18:21

지금 눈앞에는 흰 바탕에 연두색 꽃무늬 천으로 만들어진 한 변의 길이가 0.7㎝쯤 되는 도톰한 육각형이 있다. 바로 옆에 크기는 같으나 다른 색 천으로 만든 또 하나의 육각형이 나란히 붙어 있다. 그렇게 일곱 개의 육각형이 변과 변을 맞대고 둥글게 배열되어, 이제 막 활짝 벌어진 한 송이 꽃 같기도 하고,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눈의 결정 같기도 한 무늬를 이루고 있다.

고개를 들고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내 앞에 놓인 것은 길쭉한 직사각형 퀼트 주머니다. 작은 육각형 천 조각 128개(뒷면까지 생각하면 ×2)를 손으로 누비고 꿰매어 만든 것이다. 일곱 조각이 모여 푸르고 붉은 눈꽃 한 송이가 되고, 그것들이 모여 만화경처럼 복잡한 무늬를 이루었다. 한 땀 한 땀이 섬세하고 곱다. 손으로 만든 물건이 은근히 드러내는 품격이 있다.

이 물건을 나는 선물로 받았다. 선물을 받고 나서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좀 지나친 실용주의자라서 늘 아름다움보다는 쓸모를 편드는 내가 이렇게 섬세하고 고운 물건을 진심으로 좋아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흔히들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야 좋은 선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주머니는 나에게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을 담을까? 꼭 맞는 필요를 생각해 내어 이 예쁜 물건을 완벽한 선물로 만들어볼 욕심이 생긴다. 필요는 반드시 필요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휴대전화나 텔레비전 같은 것들은 요즘은 없어서는 안 될 물건으로 취급받지만, 누군가가 그 필요를 발명하거나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던 것들이다. 그러니까 어떤 감각을 강조하거나 자극해서 개발할 수 있는 게 필요이고, 필요가 지나치면 의존이 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문득 이 예쁜 주머니 속에 아무것도 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그냥 책상 위에 놓고 가만히 좋아하면서, 세상에는 필요가 없는 필요라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우기고 싶다.

부희령(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