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홍익대 인근에 위치한 공연장 ‘스테이라운지’. 지하에 있는 공연장 문을 열자 무대에서는 한 밴드의 합주 연습이 한창이었다. 연습곡은 가수 전인권의 히트곡 ‘걱정 말아요 그대’.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건반 연주자를 빼면 밴드 팀원 4명은 모두 30·40대 남성이었다. 취재진이 이날 만나기로 한 백종범(41) 목사는 밴드의 베이스기타 연주자. 합주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백 목사는 “목회자로 구성된 밴드여서 ‘목사 밴드’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오늘 처음 호흡을 맞춰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백 목사를 만난 건 그의 독특한 사역 스토리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합주가 펼쳐진 공연장 스테이라운지를 운영하는 사장이자 다양한 문화 사역을 전개하는 목회자다.
“6년 전이었어요. 청소년들과 예배드릴 공간을 찾다가 지인을 통해 홍대 공연장을 소개 받았어요. 예배 공간으로 괜찮더군요(웃음). 그게 계기가 돼 얼마 뒤 공연장을 인수해 운영까지 하게 됐죠.”
스테이라운지는 홍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공연장이다. 하지만 매주 월요일 이곳은 찬양사역자 등 교계 문화 사역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 합주 연습실이 되거나 기독교 관련 공연이나 강연이 열리기도 한다. 백 목사는 이런 사역을 벌이는 자신을 ‘홍대 선교사’라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공연장 인근 카페와 식당 공간 등을 활용해 다채로운 문화 행사도 열고 있다. 이들 가게 주인의 동의를 얻어 예배 공간 등으로 활용하곤 한다. 백 목사는 이 일대를 ‘수상한 거리’로 명명했다. 다음 달 22일 수상한 거리에서는 CCM 관련 사역자들이 모이는 ‘싱어송라이터 수련회’도 열린다. ‘크리스천 뮤지션은 어떻게 곡을 쓰고 노래해야 하는가’ ‘복음을 어떻게 공감의 언어로 표현할 것인가’가 수련회의 주제다. 윤도현밴드 베이시스트 박태희 등이 강사로 나선다.
“홍대는 한국사회의 문화가 창조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곳에 거점을 마련하니 많은 걸 실험해볼 수 있더군요. 수련회도 마찬가지예요. 크리스천 뮤지션들이 모여 시대의 아픔을 어떻게 노래할지 고민하게 될 겁니다. 추후엔 다른 분야 크리스천들을 상대로도 비슷한 행사를 열 거예요.”
누구보다 이색적인 길을 걸아가고 있지만 백 목사도 한때는 평범한 목회자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을 키운 그는 호서대 신학과와 한세대 신학대학원을 나온 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순복음경동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했다.
“목사가 공연장을 운영하니 신기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지금 제가 벌이는 일이 목회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교회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와 세상 사람들과 호흡하는 목회도 필요할 테니까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목사가 왜 홍대 앞 무대 서냐고요? 기독문화 사역 최전선에서 뜁니다
입력 2016-07-28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