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계속 으르렁대고는 있지만 ‘대화 해결’ 원칙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분간 남중국해 갈등은 대화 국면으로 전환돼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머물던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이 중국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말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공개적 긴장에서 벗어나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가 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전날 케리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중국과 필리핀의 대화 재개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한 화답이다.
케리 장관은 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대중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케리 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리 장관은 퍼펙토 마사이 필리핀 외교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도 “국제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필리핀이 보여준 절제된 반응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쉬리핑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아세안 회의는 남중국해 이슈가 갈등해소 국면으로 전환되는 출발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 데다 대화를 통한 신뢰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을 방문 중인 수전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관리들을 만나 “남중국해 긴장 완화를 위해 모든 나라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리 장관도 필리핀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정한) PCA 결정은 구속력이 있으며 필리핀과 중국이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이 부장도 미국과 일본, 호주 외무장관들이 아세안에서 중국을 향해 남중국해 중재 판결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하자 “이 성명은 남중국해 문제를 조장하고 지역의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다만 중국은 오는 9월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을 격화하는 행동을 자제하며 사태 추이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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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남중국해 분쟁 숨고르기
입력 2016-07-27 18:10 수정 2016-07-28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