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시신을 건져 올린 민간인 잠수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출간됐다. 소설가 김탁환(48)이 2년여의 취재를 거쳐 완성한 ‘거짓말이다’(북스피어)가 그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다룬 첫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만난 김 작가는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들을 비롯해 세월호 관련자들을 다양하게 만나 인터뷰를 하고, 관련 기록을 찾아 읽고, 현장을 답사했다”면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팩트체크를 했고, 사실과 거짓을 확인해서 소설 속에 넣었다”고 말했다.
소설은 민간 잠수사 나경수(37)가 세월호가 가라앉은 맹골수도에서 일한 민간 잠수사들의 맏형이었던 류창대(60)를 변호하기 위해 재판장에게 제출한 탄원서 형식으로 전개된다. 민간 잠수사들이 현장에서 무엇을 봤고 어떻게 일했는지를 묘사한 1부와 현장에서 철수한 후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를 다룬 2부로 구성했다.
작가는 여기에 세월호 관련자 인터뷰를 각 장마다 덧붙였다. 대리기사, 진도 어민, 생존학생의 아버지, 대학생이 된 생존학생, 희생자 학생의 언니, 잠수사들을 치료한 물리치료사와 전문병원 의사, 현장을 취재한 기자, 유가족 단신농성장 앞에서 폭식시위를 벌인 청년, 잠수사의 약혼녀, 잠수사 문제를 담당한 공무원 등이 불려나온다. 그들의 인터뷰가 소설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거짓말이다’는 물론 소설이다. 르포가 아니다. 소설이 차용한 형식과 제시한 팩트로 보자면 르포에 가까우나, 그것이 사실과 1대1로 대응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소설이다. 지난 6월 자살로 삶을 마감한 고 김관홍 잠수사의 얘기를 많이 사용했으나 그렇다고 소설 속 나경수가 현실의 김관홍이 아닌 것처럼. 김 작가는 “그동안 취재한 내용들을 놓고 이야기를 재구성했다”며 “세월호의 진실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독자들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하는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고 제대로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잠수사들이 시신 한 구당 500만원을 수당으로 받았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유가족들이 특례입학을 요구했다고 하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자녀가 이미 죽었는데 누구를 특례입학 시킨다는 말인가.”
세월호에서 시신을 수습한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가 전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들의 입은 비밀유지 서약서에 묶여 있었다. 소설 속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잠수사들이 맹골수도에서 어떻게 버텨 왔는지 대한민국 국민은 전혀 몰랐습니다.”
김 작가는 “시야가 20㎝에 불과한 수심 48m의 바다 밑에 가라앉은 세월호 안으로 헤엄쳐 들어가 시신을 안고 나오는 일을 한 것이 바로 민간 잠수사들이었다”며 “해경 잠수사들은 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며, 배 밖에서 민간 잠수사들로부터 시신을 넘겨받아 바다 위로 올리는 일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기억해야 할 숫자가 또 하나 있음을 알게 된다. 세월호 바로 위에 띄운 바지선에서 두 달 넘게 일하며 하루에도 두세 차례씩 “제 몸이 상하는 걸 알면서도, 매일 선내로 들어가고 들어가고 또 들어갔던” 민간 잠수사 25명. 여론은 그들이 보상금 때문에 수습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바라봤고, 국가는 만신창이가 된 그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해주지도 않은 채 내팽개쳤다. 소설은 그들의 존재와 역할을 조명하면서 당신들이 말하는 그 얘기들이 사실이냐고, 뭘 제대로 알고 세월호를 얘기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 책은 김 작가가 세월호를 주제로 쓴 두 번째 소설이기도 하다. 지난해 출간한 ‘목격자들’이 조선시대 조운선 침몰 사건을 소재로 세월호를 은유적으로 말한 것이라면 이번 소설은 직접적이다. 올 초부터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왜 세월호에 매달리는지 물었다.
“사람에겐 두세 가지 ‘생애적 사건’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나한테는 세월호가 그런 모양이다. 왜 세월호가 나한테 생애적 사건이 됐을까? 그걸 얘기하자면 길다. 다만 그 엄마 아빠들이 다 내 또래들이다. 그러니까 내 친구들인 거다. 그 친구들이 그 모진 일을 겪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잠수사들이 맹골수도서 어떻게 버텼나, 국민은 몰랐다”
입력 2016-07-28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