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매일 날 욕한다” 朴 “같이 좀 갑시다”… 사드 관련 박지원 연일 ‘김종인 때리기’

입력 2016-07-27 18:01 수정 2016-07-27 21:22
“야, 넌 매일같이 나를 욕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보자마자 퉁명스레 말했다. 박 위원장은 “욕하는 게 아니라. 형님 좀 같이해요”라며 넌지시 김 대표의 손을 잡았다. 김 대표는 박 위원장의 손을 뿌리치며 “알았어. 알았어”라며 웃었다. 박 위원장은 “형님이 알았다고 했어”라며 김 대표에게 재차 의사를 확인했다.

‘정치 9단’인 두 대표의 ‘만담’ 속에는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가 놓여 있다.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박 위원장은 정부 결정을 받아들인 김 대표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중이다. 그는 비대위 회의에서 “더민주 소속 인사들의 사드 반대 ‘커밍아웃’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제 딱 한분만 변하시면 여소야대 국회에서 사드 배치 비준동의안 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딱 한분’이 바로 김 대표다.

이뿐 아니다. 박 위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잇따라 글을 올려 “(김종인) 형님의 정체성은 어느 당에 속하느냐” “더민주에 잘못 왔든지, 친정(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지 분간이 어렵다”는 등 비판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평소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사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김종인 고립 전략’에 가까울 정도로 반대 기조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간담회를 통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3당 의원을 규합하는 한편 국회 비준동의를 촉구하는 초당적 연석회의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국민의당은 야3당 공조를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방안도 확정, 발표했다. 공수처장은 법조계 및 법학교수의 직에 15년 이상 재직한 인사 중 추천을 받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수사권 발동요건은 공수처가 직접 인지를 하거나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연서로 수사의뢰를 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고소·고발은 공수처 수사 범위에서 제외했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조율을 거쳐 조만간 공동으로 공수처 신설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