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심한 주먹구구 행정, 과연 ‘우레탄 운동장’뿐일까

입력 2016-07-27 18:12 수정 2016-07-28 09:14
초·중·고교 ‘우레탄 운동장’ 사태는 불과 10여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는 주먹구구 행정의 진수를 보여줬다. 학교 운동장에 우레탄 트랙이 깔리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부터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생활체육시설 지원사업으로 공동 추진했다. 흙먼지가 안 생기고 아이들이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깔고 나니 2011년 우레탄에 든 유해성 중금속 문제가 제기돼 한국산업표준(KS)에 기준함량이 규정됐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나왔고, 올 상반기 교육부 전수조사에서 우레탄 트랙이 깔린 초·중·고교 2763곳 중 1767곳(64%)이 중금속 범벅이었다. 기준치의 100배가 넘게 검출된 학교도 15곳이나 됐다.

정부가 앞장서 보급한 우레탄 운동장을 불과 10여년 만에 3분의 2 이상 철거하고 다시 설치해야 하는 지경에 왔다. 많게는 2000억원 넘는 비용이 든다. 우레탄에 든 납은 뇌로 침투해 어린이 지능을 떨어뜨리고 신경학적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아이들을 10여년간 유해환경에 몰아넣은 꼴이다. 당시엔 규정이 없었다는 말은 이 한심한 행정과 혈세 낭비의 변명이 될 수 없다. 그런 거 꼼꼼히 따져보라고 세금 들여 공무원 월급 주는 것이다. 더욱이 안전에 관한 문제 아닌가. 규정이 만들어진 뒤에도 정부의 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중금속 기준치가 설정된 2011년 이후 우레탄 운동장을 조성한 학교 522곳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납 등이 검출됐다. 이런 행정 참사가 과연 우레탄 운동장뿐일까. 지금도 정부 어디선가 제2의 우레탄 사태가 잉태되고 있을지 모른다.

참담하게 실패한 정책을 놓고도 정부에 책임을 물을 길이 없어 국민은 서글프다. 2011년 이후 납 범벅 우레탄이 깔린 경위라도 철저히 감사해야 한다. 엎질러진 물 앞에서 정부는 또 우왕좌왕이다. 늘 그렇듯 교육부 문화부 시·도교육청의 돈 타령이 시작됐다. 그 줄다리기에 운동장 복원이 지연돼선 안 될 것이다. 우레탄이 철거될 많은 학교가 중금속이 안 든 우레탄을 다시 깔려 한다. 교육부는 박종훈 경남교육감을 주목하라. 그는 최근 설명회를 열어 “친환경 우레탄도 어차피 화학제품이다. 아이들은 흙(마사토) 운동장에서 넘어지고 멍들 권리가 있다. 정서 발달에 더 도움이 된다”며 학교장 설득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