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대서 활동할 때 성악 테크닉도 중요하나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입력 2016-07-28 04:09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 서울대 교수가 27일 서울 종로구 JCC에서 다음 달 개최하는 성악 마스터클래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 교수는 “성악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오페라를 둘러싼 유럽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JCC 제공

“후배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직접 경험하며 체득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베이스 연광철(51·서울대 교수)은 세계 오페라계에서 명실공히 톱클래스에 꼽히는 성악가다. 1994∼2004년 독일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가수를 거친 그는 거의 매년 ‘바그너의 성지’로 불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파리 국립오페라, 런던 로열오페라, 밀라노 라스칼라 등 세계 명문 오페라극장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가 오는 8월 8∼10일 서울 종로구 JCC(재능문화센터)에서 성악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한다. 그가 국내에서 젊은 성악가를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27일 JC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젊은 시절 유럽에서 활동하며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많이 느꼈지만 상의할 한국 선배들이 많지 않아 늘 아쉬웠다”면서 “성악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작품에 대한 완벽한 이해, 나아가 그 작품을 둘러싼 유럽 문화의 이해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노래를 제대로 부른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20∼35세의 성악 전공자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었다. 심사를 거쳐 남자 6명, 여자 4명이 참가자로 최종 선정됐다. 대부분 프로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거나 중요한 오디션을 앞둔 성악가들이다.

그는 평소 유럽에서 후배들의 노래를 들어주는가 하면 극장 및 에이전시와의 관계에 대해 조언하는 등 멘토 역할을 해왔다. 올해 한국 테너로는 처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선 김석철은 그의 도움에 대해 여러 차례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연광철은 “올해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후배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를 꾸준히 열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그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그는 충주공고를 거쳐 청주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예술학교를 거쳐 베를린 국립음대를 졸업한 뒤 1993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항상 2등 인생을 살았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고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 그들의 ‘첫 번째 선택’이 아닌 대안이었다”면서 “처음엔 그저 가족을 부양하고 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솔직히 내가 이 정도로 국제적 활동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유럽에서 성악가로서 성공은 재능과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후배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할 땐 국내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빨리 잊어버리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