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진경준 전·현직 검사장 비리에 이어 전근대적인 검찰 조직문화의 민낯이 드러남으로써 검찰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이는 지난 5월 김홍영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자살사건과 관련, 상급자의 폭언 폭행 등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그간의 진상조사 결과 인격모독적 언행 등 비위행위 17건이 확인된 김모 부장검사의 해임을 법무부에 청구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해임은 검사징계법에 따른 최고 수위의 징계다. 비리가 아닌 폭언 폭행을 이유로 해임이 되는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비뚤어진 상명하복 문화에 대한 대수술은 불가피하게 됐다.
30대 초반의 김 검사는 생전에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직속상관의 일상적 폭언과 폭행, 인격모독 등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는 말도 했다. 그러다 5월 19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 사건이 법조계 핫이슈로 떠올라 대검 감찰로 이어진 것이다. 한데 당사자들의 컴퓨터 기록과 내부전산망 접속 내역, 휴대전화 통화, SNS 대화내용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대부분 사실이었다. 부장검사의 인격모독적 언행이 수차례 있었으며, 술자리에서 손바닥으로 등을 쳐 괴롭힌 행위도 여러 차례 있었다. 다른 검사와 수사관, 법무관들도 피해자였다. 이들의 인격적 모멸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게다. 그것이 김 검사를 자살로 내몬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태도가 석연치 않다. 해임 청구 결정을 내렸으면서도 부장검사의 행위를 개인의 사생활로 치부하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폭언 폭행 수준이 형사처벌할 정도는 아니라며 법적 책임도 불문에 부쳤다. 제 식구 감싸기에 다름 아니다. 유족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 검사의 부친은 해임만으로는 아들의 명예를 되찾을 수 없다며 형사고소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이러한 자세는 앞으로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발표와 달리 근본적인 조직개혁에는 뜻이 없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번 사건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상명하복 문화가 빚어낸 심각한 사태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법조문에서만 사라졌을 뿐 아직도 위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압적 문화는 그대로 남아 있다. 상사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하는 구조다. 상급자에 대한 이의제기권은 법령 속에만 있을 뿐이다. 이는 인사권을 쥔 권력에 추종해왔던 악습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 때문에 지도감독을 빌미로 한 폭언과 모욕은 참을 수밖에 없다. ‘조폭 문화’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세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이젠 시대착오적인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쇄신할 때다.
[사설] 검찰의 강압적인 상명하복 관행 바로잡아라
입력 2016-07-27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