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경기 만에 5S… 거침없는 끝판왕

입력 2016-07-27 18:11

27일 미국 뉴욕주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뉴욕 메츠의 메이저리그 더블헤더 1차전 경기. 현지 중계방송 해설진들은 9회말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사진)이 마운드에 오르자 “이젠 명실상부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 투수입니다”라고 소개했다. 한·일 프로야구에서 ‘끝판왕’ 위세를 떨쳤던 오승환은 올해 빅리그에서 셋업맨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9일 꿈에 그리던 빅리그 마무리 투수 보직을 손에 쥐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마무리 투수로서 오승환의 행진은 거침이 없다.

오승환은 이날 팀이 3-2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5세이브(2승1패)째를 달성했다. 마무리로 보직을 옮긴 뒤 13경기 만에 이룬 성과다. 직구 구속은 최고 95.2마일(약 153㎞)을 찍었고 투구수는 13개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75로 여전히 짜다.

오승환은 굴곡 없는 활약으로 세인트루이스의 뒷문을 잠그고 있다. ‘돌부처’ 멘탈과 뚝심이 그를 더 빛나게 하고 있다. 이날도 그랬다. 오승환은 선두타자 커티스 그랜더슨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 주자를 내보냈다. 자칫하면 블론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타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팀 동료의 도움까지 더해졌다. 세인트루이스 중견수 토미 팜은 뜬공을 잡자마자 2루를 향해 송구해 동점 주자 그랜더슨을 잡아냈다. 단숨에 2개의 아운 카운트가 채워졌고, 오승환은 마지막 타자 제임스 로니를 땅볼로 돌려세워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승환은 지난 3일 미국 무대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21일 더블헤더로 치러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는 하루에 2세이브를 올렸다. 원정 경기에서는 더 강하다. 올해 등판한 51경기 중 21경기가 원정 경기였는데 평균자책점이 0이다. 원정 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기록 중인 빅리그 투수는 오승환 뿐이다.

오승환은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할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오승환에 앞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트레버 로젠탈(26)이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해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마무리로 보직을 옮긴 과정을 보자. 지난해까지 철옹성 같이 뒷문을 지켰던 로젠탈은 올 시즌 2승 5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5.13으로 부진했다. 반면 오승환은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꾸준히 선보인 덕분에 세인트루이스의 신뢰를 얻었다.

한편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빅리그에 복귀한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출루를 달성했다. 한국인 타자 맞대결을 펼친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와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각각 1안타씩을 기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