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를 붙인 셔틀콕을 허공으로 날리는 놀이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셔틀콕은 던지거나 타격할 때 빠르게 솟구쳐 날아가지만 꼬리에서 발생한 저항력으로 갑자기 속도를 줄여 바닥으로 떨어진다. 꼬리는 공의 비행에서 궤적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지만 낙하지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저 둥글기만 한 보통의 공과 다르게 복잡한 힘의 원리를 적용한 인류의 장난감이다.
셔틀콕을 활용한 놀이는 인류의 역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미국 뉴멕시코주에 터를 잡았던 원주민 주니족은 말린 옥수수껍질로 공을 만들고 새의 깃털을 박아 던지고 놀았다. 잉카시대 이전 페루 북부를 지배했던 모히족은 같은 모양의 공을 치면서 풍년을 기원했다.
중국인들은 깃털을 촘촘하게 박은 공을 발로 차 높이 띄우는 놀이 ‘티지앙지’를 2000년 전부터 즐겼다. 군인과 궁녀부터 어린아이까지 쉽게 즐길 수 있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라오스로 빠르게 전파됐다. 한국엔 비슷한 놀이로 제기차기가 있다. 일본에서는 꼬리를 붙인 공을 나무판으로 쳤다.
유럽에선 16세기부터 이 놀이를 즐겼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사람들은 깃털을 꽂은 코르크를 라켓으로 쳤다. 귀족부터 평민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놀이였다. 영국인들은 이 공을 ‘이리저리 왕복하는 수탉’이라고 불렀다. 바로 셔틀콕(Shuttlecock)이다.
세계 곳곳에서 즐겼던 이 특별한 공놀이는 1876년 영국인 헨리 존스에 의해 ‘영국·인도식 배드민턴’이라는 이름으로 방법과 규칙이 확립됐다. 존스는 코트를 반으로 갈라 중앙에 그물망을 세우고 양쪽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라켓을 휘둘러 공을 치는 테니스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배드민턴은 그렇게 시작됐다.
배드민턴의 인기는 처음부터 대단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에서 클럽과 리그가 생겼다. 가장 열광적인 곳은 1930년대 미국이었다.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주니어, 조안 크로포드, 진저 로저스와 같은 할리우드스타들부터 풋볼선수 야구선수 골프선수 등 유명인들이 여가로 배드민턴을 즐겼다. 뉴욕의 미용실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가게 옥상에 코트를 만들고 라켓과 셔틀콕을 제공했다.
1934년 중국 난하이에서 9개 회원국으로 구성한 소규모 국제배드민턴연맹이 출범했다. 하지만 배드민턴이 테니스만큼의 지위를 얻기엔 연맹의 영향력이나 규모가 작았다. 아시아는 중국을 필두로 1960년대부터 배드민턴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유럽·미주가 판세를 쥐고 흔든 올림픽의 높은 벽을 쉽게 뚫지 못했다. 1972 뮌헨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범종목이 됐지만 이후부터 20년 동안 탈락과 재진입을 반복했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뒤늦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배드민턴 최강은 중국이다.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했다. 중국은 2012 런던올림픽까지 38개의 메달(금 16·은 8·동 14)을 차지했다. 한국(금 6·은 7·동 5)과 인도네시아(금 6·은 6·동 6)가 중국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아시아 3개국을 제외한 금메달 보유국은 덴마크(금 1·은 2·동 3)가 유일하다. 말레이시아 영국 네덜란드 일본 러시아 인도는 은·동메달만 보유하고 있다.
배드민턴은 한국의 올림픽 효자종목이다. 처음 정식종목이 된 바르셀로나올림픽 남녀복식에서 2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방수현(1996 애틀랜타 여자단식) 김동문-하태권(2004 아테네 남자복식) 이용대-이효정(2008 베이징 혼합복식)이 금맥을 이어가면서 한국의 위상을 지켰다. 다만 지난 런던올림픽에선 금맥이 끊겼다. 이용대-정재성의 남자복식 동메달이 유일한 메달이었다.
한국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리우올림픽)에서 남녀 7명씩 모두 14명의 선수들을 파견했다. 남자복식 세계 랭킹 1위 이용대-유연성 조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가 27일 발표한 배드민턴 본선 조 편성 결과에서 이용대-유연성 조는 톱시드를 받아 러시아 대만 호주와 함께 A조로 편성됐다. 어렵지 않은 상대들을 만나 무난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메달레이스는 8강 토너먼트부터 시작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리우올림픽, 아는 만큼 보인다 <6> 배드민턴] 이유의 ‘금빛 스매싱’ 리우에서 번쩍인다
입력 2016-07-2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