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불편을 파는 기업’ 이케아

입력 2016-07-27 18:30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참 독특한 기업이다. 매장에 간 고객은 평균 3시간 동안 직접 가구를 고르고 차에 실어 집으로 가져온 뒤 조립까지 해야 한다. 초보자가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어떤 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클릭 하나로 배송부터 설치까지 되는 세상 흐름과 거꾸로다.

이케아는 1947년 스웨덴 남부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잉바르 캄프라드라는 17세 소년에 의해 시작됐다. 2015년 매출 363억 달러(약 41조1300억원), 직원 수 1만5500명의 세계 최대 가구업체로 성장했다. 아시아와 중동 등으로 매장을 확장하면서 최근 연 7%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낮은 가격만으로 이케아의 성공을 설명할 순 없다. 경영학자들이 찾아낸 비밀은 ‘고객에게 일을 시키고, 불편을 주는’ 이케아의 독특한 사업 방식이 성장의 주 동력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대 마이클 노턴 교수 등은 고객이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조립하는 등의 노동을 하면서 그 결과물에 애정이 생기는 인지적 현상을 경험한다고 했다. 이를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명명했다. 2013년 한국에서 번역된 이케아 분석서의 제목은 ‘이케아, 불편을 팔다’이다.

이케아는 2014년 말 경기도 광명점을 연 데 이어 최근 고양시 원흥지구에 2호점을 착공했다. 한국에서 평판이 좋다는 증거다. 하지만 ‘리콜(제품수거) 국적 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안전에 둔감한 회사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다. 이케아는 판매한 말름(MALM)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올 들어 어린이들이 숨지는 일이 잇따르자 미국에서 2900만개, 캐나다에서 660만개의 서랍장을 리콜했다. 하지만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서랍장 안전 규정’을 위배하지 않았다며 리콜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은 기본이다. 이를 무시하면 이케아의 성장 신화도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배병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