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52) 부산 로고스교회 목사는 이사야 50장 4절 말씀처럼, 자신을 학자이자 제자요, 작가이자 목사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그는 목회자인 동시에 기독출판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다. 2004년 ‘공격적 책읽기’를 시작으로 13권의 책을 썼고,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신학자 존 하워드 요더의 책 ‘근원적 혁명’ 등 번역서도 7권이나 냈다.
그는 또 인문학적 토양이 척박한 한국교계에서 크리스천 독서 운동의 기치를 올리고 청소년 인문학교 ‘로고스서원’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교회인 로고스교회의 신조 역시 ‘성서는 사람을 만들고, 독서는 사람을 키운다’로 내걸었다. 김 목사는 “성경을 읽고 실천하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사실 목회뿐 아니라 그의 지나온 삶도, 책을 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최근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복 있는 사람)’ 개정판을 내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활동 중인 그를 만났다. ‘하박국…’은 그의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하나님과 가족, 그리고 독서를 통해 ‘견뎌낸’ 경험을 성경의 하박국 본문과 함께 농축한 책이다. 그의 삶과 신앙, 독서 여정이 총체적으로,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통은, 그가 잘 나가던 교회 부목사를 사임하고 다니던 교회를 떠나온 성도들과 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예상치 못했던 비난과 모욕에 시달리고, 한 달 사례비 100만원으로 10년을 버티면서 그는 수시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했다고 한다. 목사로서는 물론 자아정체감까지 잃어가던 그 시간, 그를 살린 것은 책이었다. 김 목사는 “힘든 상황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자학하고 힘들어지는데 책을 읽으면 잠깐이나마 도망갈 수 있었다”며 “성경도 그렇지만 책 역시 새로운 관점으로 내 상황을 볼 수 있는 눈을 줬다”고 말했다.
마침내 그를 괴롭히던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고 상황이 마무리된 뒤, 그는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고통의 시간을 상기하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하지만 원고를 쓰는 과정이 곧 치유의 시간이 됐다고 한다. 그는 “저자가 곧 첫 독자라고 하듯이 어떤 의미에서는 나를 위해 쓴 원고였다”며 “글로 쓰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을 치유하는 행위가 됐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그는 참된 용서를 배웠다.
하박국은 유다의 선지자 하박국이 악인이 득세하고 의인이 고통 받는 현실을 보며 하나님께 부르짖다 결국 ‘의인은 그 믿음으로 살리라’는 말씀을 깨닫고 감사의 찬양을 드리는 성경 본문이다. 사실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높지 않은 한국교회 강단에서 자주 선포되는 본문은 아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만일 하박국서가 없었다면, 고난 받는 자들에겐 미래도 희망도 없었을 것”이라며 “하박국서는 욥기와 함께 고통 받는 자들의 벗이요 동행자”라고 말했다.
그는 “하박국처럼 하나님께 의심하고 항의하고 절규하는 기나긴 과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한국교회는 의심과 절망의 외침 자체를 불신앙으로 규정하거나, 과정은 생략한 채 고통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로 결론 내림으로써 오히려 고난 받는 자를 억압하고 학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고통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의심하고 항의하며 외치는 절규가 기도가 되고 노래가 되고, 마침내 감사의 찬양이 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자꾸만 생략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는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적고, 다니엘 요셉 이삭 등 축복받은 인물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때로는 하박국이나 예레미야, 욥, 요나 같은 아웃사이더, 삐딱한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심이나 외침, 분노와 절망 등 다양한 자기감정의 표출을 자연스러운 신앙 행위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 목사는 주일 설교에서도 성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것을 강조한다. 로고스교회는 주일 오전 11시 성경강해와 점심 나눔이 핵심이다. 미리 설교 본문을 공지해 각자 읽고 묵상한 것을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 목사는 마지막에 설교한다. 그 설교를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기도문을 쓰는 것까지 성도 개개인의 몫이다. 그는 “목사의 설교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직접 읽고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할 때 목사의 설교가 더 잘 와 닿을 수 있다”며 “본문도 모르는 채로 교회에 와서 설교를 들으면 목사님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저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오는 10월부터 목회자들의 설교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책 읽고 묵상하고 공부해서 목회자들도 자기 언어로 쓸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신선한 설교를 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책마을 사람들]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개정판 낸 김기현 로고스교회 목사
입력 2016-07-27 20:36 수정 2016-07-27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