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선반도 비핵화, 미국이 하늘로 날렸다”

입력 2016-07-27 04:01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26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도중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에 대해 “미국의 핵전략 자산”이라고 규정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한 미국 행정부의 인권 제재에는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도 “하늘로 날아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외무상은 2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것(사드)에 대처해서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처럼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이란 미국 등 서방세계의 침공을 받아 정권이 붕괴된 이라크와 리비아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에 대한 미국의 인권 제재에 대해선 “최근에는 이른바 인권문제를 걸고 우리의 최고존엄(김 위원장)까지 모독하면서 최대의 적대행위를 감행하는 데 이르렀다”면서 “이것은 결국 우리와의 공존을 거부하고 모든 대화의 문을 닫아낸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했다. 이 외무상은 “지금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은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이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는 게 기본 문제”라면서 “군사적 압박, 핵위협의 증대에서 그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모든 무장장비와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것이 유일한 방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선 “6자회담은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나온 거였는데 조선반도 비핵화 자체가 미국에 의해 이젠 하늘로 날아간 거나 같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6자회담은 죽었다”고 말한 데 이어 재차 실효성을 부정했다.

북한이 한반도 남부지역에 탄도미사일로 핵 공격을 하는 훈련을 최근 진행한 건 대남 위협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남조선에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들어오고 핵보유국 미국의 무력이 있거나 이런 경우에 아무래도 그런 대상에 대해선 과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우리가 실질적 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핵보유국으로부터 침략의 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우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북남관계를 대화·협상 관계로 완화시키고 개선해 나가자고 (제시했었다)”면서 “북남관계를 대화·협상의 방법으로 풀기 위해 대화제안을 많이 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현 시점에서 남조선 측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이 외무상의 ‘맞수’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우리 언론과 만나 “거의 대부분 나라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일련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엄중한 입장을 갖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특별히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중에서도 오히려 우리 못지않게 강한 입장을 제시하는 나라도 있었다”면서 “이런 전반적인 여론이 최종적인 의장성명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엔티안=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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