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10명 중 3명, 회사 경영난에도 연봉 올랐다

입력 2016-07-27 00:22 수정 2016-07-27 11:31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에서 급여와 상여로 27억20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2014년 8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12억1000만원으로 약 50% 뛰었다. 상여금은 생산성 향상 인센티브, 경영실적 달성에 따른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받았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손실을 지원하느라 3년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해 회사 사정이 나빠졌는데 오히려 연봉은 올려 받은 임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임원 보수의 성과연동 분석’에 따르면 246개사 소속 사내이사 330명 중 101명(30.6%)이 회사의 영업현금 흐름이 전년보다 악화됐는데 연봉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주가가 떨어졌는데 연봉은 올라간 이사는 106명(32.1%)이었다. 유가증권시장 등 상장사에서 연봉 5억원 이상 받는 사내이사를 분석한 결과다.

현 회장은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현대상선에서도 9억60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면서 4분기에는 급여를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2014년보다 10% 많은 금액이다. 현대상선은 최근 3년간 산업조정 총자산수익률 등 주요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상선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해 수익성을 바탕으로 집행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만 626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 회장은 지난 2월 현대상선을 위해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지만 경제개혁연구소는 그와 별개로 별다른 이유 없이 보수가 인상됐던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이 현대상선 지배권을 포기하고 현대증권도 매각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출연한 300억원의 규모가 결코 적지 않다”며 “무엇보다도 49분의 1로 감자가 돼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현대상선이라는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그 같은 고통을 감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 구조조정 대상인 삼성중공업의 박대영 대표이사도 보수가 올랐다. 10억5300만원을 받아 전년보다 0.6% 인상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회사 주가가 35.4% 하락했는데 보수는 31억3000만원으로 12.4% 올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는데 3억5000만원가량 성과급을 받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성과가 악화된 회사들이 편법으로 보수를 증액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급여 산정 방법과 기준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며 “공시 대상 보수 기준도 현행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경우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에서 임원의 보수를 별도의 보수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성과보수도 한번에 지급하지 않고 일부는 3년 이상 이연지급해 임원들이 중장기 목표에 기반한 책임경영을 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