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26일까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최대 ‘스타’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었다. 그는 마치 인기 연예인마냥 세계 각국의 취재진을 몰고 다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와 남중국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현안의 중심에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왕 부장 특유의 쇼맨십도 한몫했다. 그는 지난 24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리기 전 회담장을 나와 취재진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직전에 있었던 중·캄보디아 회담 결과와 남중국해 문제 전반을 묻는 중국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유창한 언변을 과시했다. 반면 ‘북한과 회담하느냐’는 우리 측 기자의 질문엔 영어로 “가능하다(Possible)”고 짧게 끊었다.
왕 부장 다음으로 주목을 받은 건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다. 특히 그는 어딜 가든 남한과 일본 취재진의 격렬한 마크를 당했다. 때문에 넘어져 다치는 사람이 생기는가 하면 경비원들은 취재진을 저지하고자 전기가 흐르는 곤봉을 위협적으로 휘두르기도 했다.
26일 ARF 회의장 앞에서 남측 기자들과 만난 북측 관계자는 “우리가 아세안에 가입해서부터 계속 이렇게…(ARF에 참석해 왔다)”면서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갈 때마다 몇 번이나 넘어지고…. 이번엔 경찰들이 지켜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식당엔 갔었느냐’는 질문에 “그럴 시간이 없다”고 답해 북측 대표단 또한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인기가 많았지만 이 외무상은 취재진의 그 어떤 질문에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영어를 잘하고 국제 감각이 있다는 외교가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는 지난 25일 아세안 의장국 라오스 측이 주최한 갈라 디너에서 각국 외교장관들이 무대 앞에 나와 춤을 추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북측 관계자는 이 외무상에 대해 “아주 노련하신 분”이라고 평가하면서 “관심이 많은 것도 좋지만 오도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이 두 사람에 비하면 다른 나라 외교장관들은 ‘찬밥’ 신세였다. 지난 24일 왕 부장과 이 외무상이 탔던 비행기엔 스테판 디옹 캐나다 외무장관도 탔지만 그는 두 사람에 비해 아무 관심도 받지 못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주변에도 수행원과 경호원만 있었고,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인 아웅산 수치 여사도 외교무대에선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비엔티안=조성은 기자
中 왕이·北 이용호는 회담장 스타?
입력 2016-07-26 21:38